여행 그리고 이별
모두 열 세명이 떠나기로 했습니다. 휴가 때마다 함께 했던 식구들과 처음이자 아마도 마지막이 될 부모님과 함께 하는 해외여행길이었습니다. 그러나 떠나기 이틀전 아버지는 비교적 가벼운 복막염으로 입원하게 되셨고, 빈번했던 일들이기에 간병인을 쓰시라는 우리들의 청을 마다하시는 두 분을 남기고 우리 11명은 떠났습니다. 누나 동생 식구들과 함께...
애초에 옵션 상품들을 여행비로 계산했었기에, 해 보고 싶었던 일들 마음껏 했습니다. 20여년 가까이 벼르던 바닷 속 깊은 곳 그 세계에서 유영도 해 보았습니다. 모두 함깨 바닷 속 세상도 걸어 보았습니다. 비록 몇 걸음있었지만.... 낙하산을 등에 매단 채 하늘로 치솟았습니다. 세상 터져라 한껏 함성도 질러 보았습니다. 세상이 모두 나의 것 같았습니다. 코끼리 등에 앉아 정글도 헤쳐 나갔고, 카누를 타고 사라져 가는 석회석 바위섬 동굴 속도 누비어 보았고, 악어쇼도 보았고... 미국에서는 아름답게 보았던 나체쇼를 그 나라 그 곳에서는 역겹게 보아야만 했고, 아버지 엄마를 뺀 열한명의 식구들의 안전을 생각하며 신경도 써야만 했습니다.
당연히 병원을 먼저 찾아야 했지만, 집들이 병원 가까이 있기에 짐들을 각자 집에 떨구고 모이기로 했습니다. 아버지 그리고 엄마와 함께 저녁 식사해야 했지요. 약속하지 않았던 일이지만, 당연한 묵언의 약속이었습니다. 언제나 처럼 난 무뚝뚝했고, 특실에 있다가 돈이 아깝다고 고집 부리시던 아버지 때문에 1인실이 없어 2인실에 있던 터라 옆 사람에게 미안해서 부지런히 그 병실을 빠져 나왔습니다. 누나 식구들이 오지 안아서, 잠시 휴게실 소파에 앉아 있었습니다. 힘겹게 발걸음 옮기시며 저 쪽 자리로 다가서는 엄마의 모습 보였고, 몇 사람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귓전에서 흘렀고, TV에서는 세상사는 이야기 그저 흘러갔고...
'어머니 왜 저래...' 아내의 한마디 외침의 모습이 마지막이었습니다. 부르르 떠시는 엄마를 소파에 눕히고 아내는 급히 달려온 간호사의 말에 따라 엄마의 가슴을 누르고, 이 악물고 있는 엄마의 입을 억지로 벌리고 단지 몇 번 나의 입술을 당신의 입술에 맞대고 썩은 바람 불러 넣어 드리고, 모여든 의사들에게 그 분을 맡기고 그저 서 있어야만 했습니다.
차라리 그냥 지켜 볼 것을...
채 한 시간을 기다리지 못한 채 심장박동 기계는 영을 가리키고 말았습니다. 새 날이 오기 한 시간여 전 엄마는 다른 세상으로 가 버리셨습니다. 그렇게 이별은 다가서고 막연했던 변화는 찾아오고 말았습니다.
엄마...
당신은 더 이상 현관 앞에서 떠나가는 자식 손주의 모습을 지켜 볼 수 없습니다. 당신은 더 이상 동네가 떠나라 아버지와의 다툼도 즐기실 수 없습니다. 당신은 이제 더 이상 남편과 자식들 뒷편에 머무실 수도 없습니다.
예... 당신은 모든 것을 뒤로 하고 당신은 새로운 길을 향해 떠나셨습니다. 의례껏 걷는 길이겠지요. 이 세상에 모습 드리웠을 때 이미 약속 되어졌던 길입니다. 가시는 길들이... 하지만...
하지만 떠나 가심이 슬픈 것은 그래도 마음 주셨던 많은 이들에게 이별의 말씀 남기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흘러가고 있는 일들인가요?
언젠가 다가올 일들이라 생각하고 생각했지만, 그냥 이렇게 변화를 주셔야 하는건가요? 엄마..
엄마는 어찌 되시건가요? 엄마의 육신은 한줌 흙이 될테고, 엄마의 존재는 어디로 가는건가요? 엄마는 무엇이 되어 버리건가요? 삶이 무엇인가요?
그래요... 엄마~ 영혼이라는 것이 있다면, 저승이라는 것이 있다면, 천국이라는 것이 있다면, 엄마... 잘 가세요... 이승에서의 미련은 떨구고 가세요. 어찌 하나요? 가셔야 할 길 가셔야지요. 내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으리오? 그저 잘 가시는라는 말 밖에,..
엄마... 정말 가신건가요? 이제 더 이상 곁에 계실 수 없는 건가요? 내게도 이런 일들이 정말 닥친건가요? 예... 잘 치루었어요. 엄마의 헤아림으로 정말 편히 잘치렀어요. 엄마 그 속에 눕게 되시던 날은 맑았지요. 전날은 슬픔의 빗물이 나리고, 뒷날은 엄마의 어두운 이승의 기억들을 지우라 함박눈이 세상을 덮었어요.
언제나 뒷켠에 계시던 엄마... 어느날인가 재 되어 엄마 곁에 갈께요. 그리도 아웅다웅 하시던 아버지... 엄마를 위해서 한없이 슬픔을 앉고 게세요. 그 슬픔 또한 안을께요. 엄마... 가리켜 주세요. 어찌 해야 하는지...
엄마... 이제는 눈물을 멈추어야 할 것 같아요. 엄마는 그 속에 계시고, 난 여기에 있기에... 암마... 엄마... 억눌림 그저 가슴에 담을께요.
엄마.. 안녕히... 이말 정말 하고 싶지 않지만 정말.. 엄마.. 안녕히..
엄마... 채 불러 보지 못했던 엄마... 엄마...엄마...
**** 결국 술에 떨어져 새벽에 다시 읽어 보았다.
99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