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랑길 1,800km 완보를 축하해 주는
한국관광공사의 인증서와 작은 기념품입니다.
한갓 종잇장과 값비싸지 않은 소품일 뿐이죠.
하지만 내 마음 속에 감춰져 있는 메달은
삶처럼 숱한 역경을 이겨내고 이루어낸
세상에 단 하나 뿐인 자긍심의 훈장입니다.
온 종일 장대비가 쏟아지는 날에는
열 시간을 걸어도 식당도 가게도 없고
비 피할 곳도 없어 처마 밑 담장에 기대어
빵 두 개로 점심을 해결해야 했지요.
햇살 뜨거운 논길을 걸을 때는
쏟아내는 논물에 머리를 들이밀고 싶었고
아파트 옹벽 아래 마른 배수로에 앉아
빵 두 개로 허기를 속여야 했습니다.
몇 km의 제방 길에서 빠져 나갈 수 없는 날에는
배수장 담벼락에 기대어 살을 에는 바람을 피했고
허허벌판 염전 둑에서는 메마른 하늘 아래에서도
우비를 입고 옷깃을 여민 채 발길을 내딛어야 했죠.
하지만 그윽한 향기가 피어나는 수선화 오솔길도
해맑은 아이의 눈빛처럼 청명한 하늘 아래 바닷길은
보헤미안이 되어 고독한 길을 걷는 나를 위로해 주며
완보를 향한 나의 욕망을 이어가게 해 주었지요.
대한민국 구석구석에 수많은 멋진 길 좋은 곳도 많지만
간단없이 가야 하는 인생처럼 끊임없이 이어가야 하는
해파랑길 남파랑길 그리고 서해랑길로 이어지는
Korea Trails에 도전해 보세요. 큰 보람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2022년 12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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