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해외 여행 풍물

이집트 여행 회고

묵향의 이야기 2013. 2. 12. 17:53

 

새 해가 왔어도 일상의 무료함에 빠져 있을 때,

몇 십만 원 저렴한 이집트 여행 상품이 이메일로 전해졌다.

출발 사흘 전에 부랴부랴 여권 사본 보내고 입금하고…

고독한 사막에서 별빛과 유성을 따라 저 멀고 먼 우주로

여행을 떠나고 싶어 이집트로 향했다.

    

 

25일 밤 10시에 미팅 후 새벽 1시 출발

값싼 항공료 때문에 아랍에미레이트의 아부다비를 경유하게 되었다.

전통의 문화조차 남기지 못할 끝없는 사막에 불쑥 솟아난 원유 덕분으로

거창하고 화려한 유적을 남기려는 그들의 꿈은 사상누각을 세우는 것이 아닐까?

 

 

어둠 속에 도착한 이집트 카이로 공항은

거의 폐차 수준의 자동차들이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쓰레기로 채워진 하천 옆의 리조트 호텔에서 하룻밤을 묵고

이집트 고고학 박물관으로 향했다.

불과 몇 십 미터 박물관과 떨어진 곳의 고층 건물이 시커멓게 탄 채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

2년 전 자스민 혁명으로 박물관의 소장품도 일부 유실되었다는 이야기에

혼돈의 세계가 새삼 두려워진다.

 

 

카이로의 첫날 밤,

여장을 풀고 리조트 야경을 둘러보고자 카메라 메고 어슬렁거리니

콧수염을 기른 중년의 이집트 아저씨가 결혼식장으로 나의 손을 이끌었다.

아마도 신부의 아버지인 듯! 식사까지 하고 가란다.

식사 보다는 뒤풀이를 보고 싶었지만, 적당히 물러나는 것이 예의 일 것 같아서…

 

 

아프리카의 끝없는 초원을 달려봤다.

몽골의 오르막 내리막 없는 지평선을 향한 길도 달려봤다.

별을 품으러, 하늘나라에 올라가 별 하나 되고파서 사막으로 달려갔다.

어떤 세상이 나를 맞이해 줄까?

 

 

바위티 마을 떠나 흑사막을 거쳐 2시간 남짓 이집트 화이트 사막 국립공원에 도착했다.

9성급 호텔이 아닌 밀리언 스타 호텔에 우리는 짐을 풀었다.

베두윈 남자들의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우리에게는 새로운 모습으로 비춰졌다.

모닥불 주위를 그들과 어깨동무하며 돋우던 우리들의 흥은 꺼져가는 불꽃과 함께 사라졌다.

반원으로 펼쳐졌던 텐트 중 하나를 끌어 나는 외떨어진 곳에 홀로 보금자리를 꾸몄다.

 

 

밀리언 스타 호텔이 아니었다. Moon 라이트 모텔이었다.

이번만큼은 별빛을 가득 렌즈에 담아 보리라 생각하며

2대의 카메라와 삼각대를 갖고 왔건만,

휘영청 밝은 보름달과 희뿌옇게 밤하늘을 가린 구름으로

사막에 대한 나의 동경은

밀리언 스타만큼 숱하게 찢기어 흩어져 버렸다.

저녁 식사하다 남긴 닭다리와 소주 한 병 그리고 꽁초 담을 임시 캔 재떨이가

그나마 쓰라린 나의 마음을 보담아 주고 있다.

 

 

아쉬움이 컸기 때문일까? 새벽 3시에 눈을 뜨고

삼각대 2개를 펼치고 카메라 2대를 올려놓는다.

달님이 서편 하늘로 넘어 갈 때는 별님들이 미소를 지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열 손가락으로 헤아릴 정도 밖에 볼 수 없다.

아쉬워 담아 본 백사막의 야경!

 

 

바람결에 언덕이 되어 버린 모래사막을 그리며 달려 왔건만,

석회암이 갈기갈기 잘리어 만들어진 사막이었다.

달빛에 비춰진 바위는 거대해 보였지만,

햇빛에 드러난 그 덩치는 초라할 만큼 나를 실망시켰다.

 

 

중국의 화장실 생각이 난다.

문짝이 없어 쪼그리고 앉아 큰일을 보던 모습이 떠오른다.

먹는 것은 아름답지 않는가? 내 미는 것도 그러할 진데…

이번 사막에는 그나마 견고한 매트리스 화장실이 있다.

몽골 초원에서 다른 여자 앞에서 바지 내리기 쑥스러워서

양산을 펼치고 홀로 일 보던 아줌마!

바람에 그 가림막이 날아가 버려 황당해 하던 그 추억!

 

 

바위티 마을로 돌아오는 길에 모래 산으로 짚차는 달렸다.

모래 언덕은 볼 수 없었지만, 모래 물결이 그나마 마음을 도닥여 주었다.

 

 

뛰어라! 날아라!

끝이 없는 지평선을 향해 뛰어라!

막힘없는 하늘을 향해 날아라!

몸은 그 자리에 머물러 있지만

마음만이라도

뛰어라! 날아라!

 

 

 

 

 

기내숙박, 호텔, 사막 텐트 그리고 맞이한 침대 기차!

저 좁은 공간에 어떻게 침대를 만들 수 있을까?

이집트 시위로 3시간 연착된 기차의 침실에는 세면대도 있지만,

또다시 13시간 그 좁은 공간에 묶이어 카이로에서 아스완으로 이동했다.

    

 

 

기차 편으로 16시간 만에 아스완의 아부심벨에 도착했다.

왜 그토록 가 보아야 할 곳인가?

로마의 신전들 그리고 이집트의 거대한 신전들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이곳!

아스완 댐의 건설로 수몰될 장엄한 유적을

돌 하나하나 깨 낸 뒤 이곳으로 옮겨 다시 맞춰

이렇듯 후세까지 전해지도록 했다는 그 정성이 장엄하지 않은가?

 

 

크루즈 첫날밤을 맞이한 그 날!

아스완의 시장거리를 어슬렁거리며 헤매었다.

여행은 보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리라.

 

 

날이 밝아 오니 어느덧 룩소를 향해 북쪽 방향으로

배는 강 물결 따라 떠가고 있었다.

300미리 줌 렌즈에 2배 컨버터를 끼고 찍어 본 나일강변의 삶의 모습들…

한 장 한 장 의미는 있지만 흔들거림과 무리한 줌의 한계로 평범한 기념사진으로 남았다.

 

 

 

무서운 종교다!

이슬람…

사원의 알림도 들리지 않았는데

그 시간이 되었는지

배 위의 소년은 무슬림의 가르침에 따라

두 손 모으고 그리고는 고개 숙여 절을 한다.

 

 

 

 

 

 

 

 

어래 사진과 순서가 뒤바뀌었네~

룩소르를 가는 중에 있는 콤옴보와 에드푸 신전을 둘러보고

다시 선상의 밤을 맞이했다.

크루즈 여행의 지루함을 달래 주려는 누비안 댄스 쇼가 열렸다.

"너무 하네! 푸딩푸딩 살찐 여자가 섹시한 쇼를 어찌 할 것인가?"

그것이 아니었다.

다릿살~ 허릿살~ 그 흔들림!

풍만한 가슴도 환상적으로 흔들거린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보았던 아랍 여인의 그 느낌은 간직할 수 없었다.

 

 

 

 

코옴보에 있는 신전을 둘러본 뒤 또다시 항해 후 도착한 에드푸의 신전!

선착장에 도착하자마자 불과 몇 걸음 걸어 렌즈에 담았던

코옴보 신전과는 달리 마차를 타고 달려 가야하는 신전이었다.

 

 

손자 같은 아들을 태우고 한껏 미소를 안겨 주다가,

one 달러에 만족 못하고 거친 운전으로 원 달러를 더 요구한다.

어차피 줘야 하기에 한껏 폼 잡고 찍어본다.

 

 

이제 비로써 크루즈 선실의 행복을 만끽한다.

지중해의 크루즈뿐만 아니라

양자강의 크루즈도 나름 즐거울 것 같다.

 

 

마지막 날 밤에 열린 갈라베이 패션 파티!

서양여인들의 멋진 패션쇼를 보지 않을까 했는데,

결국 이집트 여인들과 한국의 아가씨들의 스푼 먼저잡기 시합이 열렸다.

어찌 사진을 올리다 보니 진희씨 설화씨의 치열한 모습을 못 올렸다.

이집트 여인과 한국의 여인의 대결.

아싸~

우리의 승리다!

무척 서운해 하는 아기와 여인의 표정~

그래도 "하하' 웃으며 마무리 되어가는 파티!

사람의 마음은 똑 같다!

 

 

몇 십 명의 가족들이 함께 휴가를 즐기는 이집트의 사람들!

고립된 사막에서 살아가려면 그리 해야 했나 보다,

아무튼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저렇게 떠다니는 열기구였다면 나도 타 보았으련만!

이른 새벽 열기구를 타는 대신에 선상에 올라가 모습을 담아 보았다.

인간이 올라간들 얼마나 올라갈 수 있을까?

 

 

크루즈 마지막 날 이른 아침드디어 룩소르 항구에 도착했다.

사막에서 황홀한 일출을 담지 못한 아쉬움에 찍어 보았지만.

그저 그렇다.

룩소르 신전의 아침 모습이다.

 

 

룩소르에 있는 왕의 계곡 풍경이다,

카메라 반입 금지이기에 스마트폰으로 살짝 입구에서 몰카!

여기는 죽은 자들이 안식하는 곳 - 東岸 룩소르!

한심한 파라오들~

한 계곡에 무덤이 몰려 있으니 몽땅 도굴 당할 수밖에.

 

 

왕의 계곡 산 뒤 편에 있는 합세슈트 장제전을 둘러보았다.

내려오다가 우연히 보게 된 싸이의 '강남스타일'

앞에서 찍으려 달려갔더니 끝나 버렸다.

 

 

장제전을 둘러보고 돌아오는 길에 유적 발굴 현장에 잠시 멈춰서 사진 찍고는

강변에 도착하여 펠루카에 올라 바람결에 나일강을 건넜다.

西岸에 정박해 있는 크루즈에 탑승하여 점심 식사를 한 뒤

이집트 신전 가운데 가장 큰 카르낙 신전을 찾았다.

 

 

 

 

나일강 크루즈 관광의 마지막 관광지 카르낙 신전을 렌즈에 담은 후

쇼핑센터를 들렀다가 마차를 타고 어둠이 내린 룩소르의 시장 골목을 누볐다.

그리고 일정에 쫓겨 미처 담지 못한 룩소르 신전의 모습을 담으려고

늦은 밤 선상에서 내려 그 야경을 담아 보았다.

 

 

크루즈 여행을 마치고 이집트 동쪽 홍해 중간에 위치한 후르가다 휴양도시로 향하던 중

고장 난 버스 때문에 잠시 멈춰 선 곳을 배회하다 보니

평상복에 총을 어깨에 메고 있는 경찰 아저씨의 물담뱃대로 잡아 볼 수 있었다.

 

 

붉은 산호들이 많아 붉은 바다라고 이름 붙여진 홍해에 도착했건만 푸르기만 하다.

느긋하게 일광욕을 즐기는 서양 사람들과는 달리 일정에 쫒기는 우리는

1시간도 못되는 시간 동안 이곳에서 추억을 부랴부랴 담아야만 했다.

    

 

나도 홍해에 몸을 담아 보고자 수영복을 준비해 갔지만,

쌀쌀한 날씨와 화장실에서 수영복을 갈아입어야 하는 번거로움에

바지 걷어 올린 두 발을 바닷물에 담아 보고는

신나게 뛰노는 젊은 일행들의 모습을 렌즈에 담았다.

 

 

다시 카이로로 돌아온 날 밤.

사막의 밀리언 호텔(숱한 별들 아래 사막 야영)을 찍지 못한 아쉬움에

새벽 3시에 일어나 삼각대를 세우고 야경을 담아 보았다.

 

 

이집트의 북쪽 지중해의 항구인 알렉산드리아에 도착해

몬타나 궁전을 먼저 찾았다.

 

 

 

백 년 전통 뷔페 식당에서 구멍 뚫린 테이블보를 내려다보며 식사를 하고 나오니

큰 소리로 외치고 깃발을 휘두르며 거리를 행진하는 시위대에 둘러 싸였다.

이집트 어느 곳에서 7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한국에서의 소식을 들은 뒤라

많은 인파 물결에 잠시 몸을 움츠렸지만,

그들은 우리 관광객들에게

밝은 미소와 이집트 국기를 건네며 자신들의 주장을 알리려 할 뿐이다.

어디를 가나 아이의 모습은 역시 해맑은 천사의 미소이다.

 

 

알렉산드리아를 멀리서도 찾게 해 주었다던 파로스 등대자리에

다시 세워진 카이트 베이 요새의 웅장한 모습.

화장실을 찾는 일행 할머니를 모시고 가는 덕분에

공짜로 그 요새 안을 둘러 볼 수 있었다.

 

 

보너스 관광으로 둘러본 알렉산드리아의 모스크 사원.

경건한 마음으로 낯 설은 종교의 성스러운 장소를 둘러보는 나에게서

카메라를 건네받아 몇 장의 사진을 찍어 주고는 10달러를 내 놓으란다.

사진을 지워 버리겠다며 결국 1달러로 협상을 마무리 했다.

그리고 신발 보관 값으로 또다시 돈을 요구하는 그들.

수 없이 들어 왔던 1 달러 구걸의 소리가 마지막으로 귀에 맺혀 왔다.

 

 

백 년 전통의 그 식당의 구멍 뚫린 식탁보.

알렉산드리아를 떠나며 들린 대형 쇼핑센타에 분주히 오가는 이집트 사람들.

나일강변에서 마주쳤던 가난과는 무척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어느 모습이 그들의 삶인가?

무사히 여행을 끝내는 우리들을 축복해 주려는 듯 무지개가 잠시 떴었다.

 

 

찌들어가는 내 모습을 남기고 싶지 않아 오직 2 장의 사진만을 찍었던 나도

결국 피라미드 앞에서는 굳어버린 표정으로 유적지 앞의 모습을 남길 수밖에 없었다.

 

 

남의 산소 속에 들어가 뭐가 좋다고!

이집트 여왕의 피라미드 속으로 잠시 기어 들어갔다 나왔다.

보관시킨 카메라를 대신하여 스마트폰으로 몰카! 

 

 

낙타 위 교수님과 함께 온 분이 무섭다 하여 빈자리를 내가 메워야 했다.

"교수님! 아줌마! 나도 무서워요. 밀지 마세요."

 

 

나폴레옹 군대가 표적 삼아 총을 쏘아 대 스핑크스의 코가 뭉개져 있다.

대포로 쏘지 않아 그나마 스핑크스의 얼굴이라도 볼 수 있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해야 할까?

사진 몇 장 찍어 주고 10달러를 요구하는

거센 아이들에게 둘러싸인 아줌마를 2달러로 구해 주었다.

 

 

유적지 보다는 사막의 별을 기대하며 달려 왔던 이집트 여행,

그 아쉬움 때문인가? 삶에 찌들어서인가?

여전히 나의 얼굴은 미소를 잃은 채 어둡기만 하다.

수많은 사진은 담았지만, 감동은 한 건도 담지 못했던 여정.

숱하게 들었던 1달러의 구걸의 목소리!

공항 검색대에서 조차 뒷돈을 요구하던 이집트인들의 삶의 현실!

그들은 파라오의 후예가 아니라

피라미드 건축을 강요당한 백성과 노예의 후예들이기 때문인가?

기내 1박, 호텔 1박. 사막 1박. 기차 1박.

크루즈 3박. 호텔 2박의 9박 10일의 여정은 그렇게 끝나 버렸다.

2013년 1월 24일- 2월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