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랑길 1,800km 완보를 축하해 주는 한국관광공사의 인증서와 작은 기념품입니다. 한갓 종잇장과 값비싸지 않은 소품일 뿐이죠. 하지만 내 마음 속에 감춰져 있는 메달은 삶처럼 숱한 역경을 이겨내고 이루어낸 세상에 단 하나 뿐인 자긍심의 훈장입니다. 온 종일 장대비가 쏟아지는 날에는 열 시간을 걸어도 식당도 가게도 없고 비 피할 곳도 없어 처마 밑 담장에 기대어 빵 두 개로 점심을 해결해야 했지요. 햇살 뜨거운 논길을 걸을 때는 쏟아내는 논물에 머리를 들이밀고 싶었고 아파트 옹벽 아래 마른 배수로에 앉아 빵 두 개로 허기를 속여야 했습니다. 몇 km의 제방 길에서 빠져 나갈 수 없는 날에는 배수장 담벼락에 기대어 살을 에는 바람을 피했고 허허벌판 염전 둑에서는 메마른 하늘 아래에서도 우비를 입고 옷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