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가을하늘 아래 꽃을 마주하기 위해, 여린 이파리는 겨우내 굳게 얼어붙은 땅을 헤집고 나왔지요. 하지만 어느 날 피어난 꽃은 흙 묻은 이파리가 싫다며 꽃대를 불쑥 내뻗고 그 위에 자리하고서는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내년에는 나를 바라봐 주겠지 하며 기다렸지만, 한 해 두 해 흘러가도 끝내 꽃은 이파리에 눈길조차 마주치지 않았습니다. 더 이상 상처받기 싫은 이파리는 꽃잎을 그리워하며 여름이 오는 어느 날 땅속에 숨어버리고 말았어요. 뜨거운 햇살과 굵은 빗줄기가 내린 후 가을하늘이 보고파 꽃대를 쭉 뻗고 그 위에 사뿐히 앉은 꽃은 바람결에 속삭여주던 이파리가 더 이상 아래에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하루 이틀 기다렸지만, 흙 묻은 이파리는 끝내 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이파리와 꽃은 영원히 마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