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따라 길 따라

남미 5개국의 나날들 (2015년 10월 17일~11월 13일)

묵향의 이야기 2017. 8. 13. 16:48

남미 5개국의 여정 2015년 10월

 

집 현관을 나선 지 30여 시간 만에 새벽에 리마 호텔에 도착 후

오전에 자유여행으로 중심가 광장에 발을 내딛었다. 웬 횡재~

큰 종교 행사에 운집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오후에는 피사코라는 곳으로 대중 버스를 이용하여 이동.

읍내 같은 시내에서 저녁 식사 중 요란한 행렬 소리에 거리로

우르르~ 같은 종교 햇아의 행진이 펼쳐졌다.

 

예상 못했던 남미 여행의 보너스를 얻었다. 다시 맞은 새벽.

새 소리가 요란하다. 섬 보트 투어와 사막 체험 그리고

낙조에 물들기 위해 2시간 뒤 출발.

 

2015년 10월 19일 오후 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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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 많은 새들의 보금자리. 물개들의 쉼터. 몇 마리의 펭

귄들의 모습~ 그런데 정말 펭귄인가? 여기서도 살 수 있

는 것인가? 아무튼 새똥 안 맞으려면 모자를 써야 한다기

에 폼 안나는 등산모를 눌러썼는데, 그만 새똥이 내 카메

라 렌즈를 명중시켰다. 사막으로 옮겨 쌩쌩카를 타고 언덕

사막을 위아래 좌우로 가로질러 샌드 보드를 타고~

고대하던 사막의 석양은 오아시스 아래에서 감상하란다.

홀로 6만월을 주고 차를 빌려 석양을 맞이하러 올라갔다.

 

어둠이 깊게 드리운 뒤 나스코 시내 호텔로 들어섰다.

새벽 1시에 별을 바라보며 워터 칵테일 소주를 홀로

들이 키고 있으니 가이드 역할의 팀장이 다가섰다.

그가 함께 맥주 마시기를 청했다. 간신히 시내 구멍가게를

찾으니 철창으로 닫고 문을 열고 있는 구멍가게 아저씨에게

맥주 값을 건네니 철창틀 사이로 돈을 받고서는 철창 아래

쪽문으로 맥주를 건넨다. 그런데~ 마츄피츄의 관문인 쿠스코에서

폭동이 일어났단다. 공항에서 호텔로의 진입이 불가 한단다.

 

내일은 나스코 문양 경비행기 일정.

모래 아침에 리마에서 쿠스코 행 비행기~ 어찌 흘러 간건가?

2015년 10월 28일 오후 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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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카 유적의 보고이자 마츄피츄의 관문인 쿠스코에서 삼일 전부터

큰 데모가 시작되었다. 때문에 어제 비행기에서 내려 호텔까지 1

시간을 걸어왔고 오늘은 중심 광장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렸고,

하지만 그 집회는 관광객들에게는 색다른 여행 경험을 안겨 주었다.

 

그러나 마츄피츄 행 기차 및 관광버스들에게 날아드는 돌덩이들

때문에 올스톱했고, 우리는 하루 관광일정을 빼먹고 밤 11시에

떠나는 버스를 기다려야 한단다. 더 이상 시내 관광으로 시간을

때울 수 없어 호스피텔을 얻어 잠시 누워 있다. 그나마 8시간 밤

버스와 기차 편이 제대로 연결되어 마츄피츄에 발길이라도 내딛어야

하는데~

 

살다보면 내 의지와 상관없이 진로를 선택해야 하는 경우가

숱하게 있다. 그 때 그 때의 최선을 택한 결정이 옳은 결정이 되기를 바랄 뿐.

 

2015년 10월 23일 오전 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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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간을 밤새 비포장도로를 달려, 애초 탑승하려던 반대편

기차 정류장에 도착했다. 매표 착오로 22명 중 일부만 탑승하게

되었고, 발차 시간에 맞춰 기차문이 닫히려는 순간

우리는 죽을 힘을 다해 문을 비집고 불법 탑승을 했고,

마츄피츄 아랫마을에 발을 내딛었다.

 

굽이굽이 절벽에 난 길을 따라 달리는 중형 버스에 몸을

맡기고 드디어 마츄피츄 입구! 관람 끝무렵에 쏟아진 소나기에

몸을 적시고 서둘러 기차역으로 돌아왔다. 3시 50분에 출발해야

하는 우리 열차편은 앞선 기차들의 출발 지연에 맞물려

마츄피츄를 바라보기만 한 채 멈춰서 있다. 대합실은 전쟁터이다.

화장실 바로 앞에 죽치고 눌러 앉아 하염없이 기다렸다.

 

대합실을 가득 메운 서양 관광객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기차가 출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우리도 4시간 지연하여

플랫폼을 떠나는 열차에 몸을 싣게 되었다. 정말 가기도 돌아오기도

힘든 마츄피츄 여정이었다. 그나마 그곳의 모습을 내 눈을 통해

가슴에 담을 수 있었던 것에 만족해야 한다. 우리 기차 출발의 지연도

시위대가 쌓아 놓은 돌더미 때문에 앞선 기차가 탈선했던 이유라고 하고,

오늘 현재 우리가 묵었던 쿠스코 공항이 폐쇄되어 있다 하니, 지금

무사히 티티카카 호수의 4200미터 고도의 도시 푸노의 호텔에 숙박한

것만도 다행이다. 그리고 드디어 내일은 페루 일정을 끝내고

볼리비아 넘어간다. 무척 그리던 우유니 사막을 행해!

 

2015년 10월 25일 오후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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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좋은 나라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 담배를 물고

시내 중심가를 활보해도 아무도 인상 찡그리지 않는 착한 나라.

 

그녀는 닫힌 가게 문 앞에서 아베마리아를 부르며 무엇을

염원하고 있을까?

명동 골목 사거리에서 탱고를 추는 남녀는

동전 몇 푼을 바라서 정열을 발산하고 있는 것인가?

한산해진 거리에 주저앉자 오늘의 수입을 헤아리는

그녀와 클래식 4중단의 모습!

대낮 길거리에서 디스코를 부끄럼 없이 흔들어대는 여인.

현란하게 화폭을 채우는 길거리 화가!

자유분망한 산티아고의 금요일 풍경이다.

 

그런데 해안 그리고 와인 국가 칠레의 고급 레스토랑에서

해산물 요리와 와인을 음미하고 팠던 나의 꿈은 룸메이트인

칠십 세 어르신의 고집에 수산시장 구석에 자리하고 있는

허스름한 식당에서 연어구이와 피스코 샤워 칵테일 한 잔에 묻어

버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혼자 갈 수도 없고.

 

아르헨티나에서는 기필코 혼자서라도 탱고의 정열을 스테이크에

얹어 우아하게 칼질을 해 보리라~

 

2015년 10월 31일 오전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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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 망설이고 서성이다가 발길을 내딛었다. 전통 고급 레스토랑.

동양인은 나 하나뿐. 스페인어는 전혀 모르고, 영어도 형편없이 서툴지만

꼭 이 속에 끼고픈 마음에 몸짓발짓하며 들이 밀었다.

 

입장하니 요염한 댄서와 사진 찰칵. 한 시간 동안 식사 후 탱고 쇼.

혼자라서 창피하지만 언제 또 보랴~ 암튼 눈치껏 실수는 말아야지.

그런데 비싼 만큼 아니 고급인 만큼 정말 매너 굿이다. 와이파이도

웨이터가 연결해 주었다. 현장 중계 중.

 

그런데~ 어찌 한 시간 동안 포크를 잡고 있어야 하나~

 

2015년 11월 8일 오전 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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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의 막은 내려졌다. 미처 현장중계를 할 겨를 없이 탱고는 이어졌다.

디너와 쇼 합쳐 140달러를 ok하고 입장했더니 단체예약자 명단에 포함시켜

90달러로 깎아 준 것 같다. 예술의 전당 공연도 10만원 넘는데, 아르헨티나

스테이크까지 맛보게 했으니 그리 비싼 것은 아닐 듯. 게다가 눈으로 보는

것이 여행의 전부는 아니지 않는가? 오늘밤 비로써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지불한 비용을 되돌려 받은 듯. 단지 거의 2백명 가까운 서양 사람들 속에서

나 홀로 있었다는 것이 아쉽다. 일행이 있었다면 바로 옆 골목 선술집에서도

뒤풀이로 술집 안 그들과 흥을 함께 나누었을 텐데... 내일 이과수 폭포로

가서 2박하고 리오데자네이로에서 마지막 남미의 밤을 보낸 뒤 귀국길!

리오에서도 삼바의 정열을 더 할 수 있을까? 탱고와 삼바의 생동감 넘치고

열정이 솟구치는 모습은 후에 내 블러그에 다시 올려야 할 듯~

 

2015년 11월 8일 오후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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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리오데자네이로에서의 1박만 남은 것이 아쉬워서인가?

몇 시간 잠시 잠든 뒤 새벽 1시에 눈을 뜨고 호텔 로비에 내려와 있다.

엊그제 이과수 공항에 내리는 순간 천둥 번개와 함께 장댓비가 우리를

맞이해 줬다. 우산과 우비를 뒤집어썼지만, 하늘에서 떨어지는 비는

막아줬어도, 이과수 폭포의 입김에는 아무 소용없었다.

 

하지만 버스 타고 넘어 온 브라질 쪽에서의 이과수의 모습은

궂은 날씨가 오히려 동양화의 몽환적 느낌을 더해 주는 것 같았다.

오늘 바라본 아르헨티나 쪽에서의 이과수 폭포는 장엄함 그 자체였다고 할까?

 

2015년 11월 10일 오후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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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내려 온 강물은 장엄한 폭포를 만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바다와 만나게 될 것이라는 안도와 기대의 꿈이

갑자기 존재를 알게 된 순가 피할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절벽에서

산산이 부서지게 되는 것이다. 인간들은 그 자신들도 어느 날

죽음이라는 절벽을 만나게 되어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 될 것이란 것을

먼 훗날의 이야기로만 치부하고, 강물처럼 현실 흐름에 모든 것을

맡기며 살고 있다. 오늘 밤은 잠이 올 것 같지 않다. 이십 여 일간

아껴 마시던 30도 소주를 드디어 오늘 끝내게 될 것 같다.

리오데자네이로에서 마지막 방울을 목구멍에 넘기려 했건만~

 

2015년 11월 10일 오후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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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여행의 마지막 밤! 마지막 소주를 목구멍 속에 털어 넣었다.

30도 소주를 물과 섞어 15도 칵테일하여 버티어 왔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유난히 많은 부부님의 구설수에 오르지 않으려

무척 자제했던 이유로 마지막 밤의 벗을 삼게 된 것이다.

 

짧은 여정이었으면 싱글 룸 비를 더 부담하더라도 혼자 방을 썼겠지만,

긴 여정에 2백만 원 넘는 추가 비용은 너무 큰 출혈이기에

담배 코골이 눈치 보며 할배 아저씨와 한 방을 써 왔다.

 

하지만 마지막 밤은 나만의 자유가 그리워 더블 침대를 지금

나 혼자 쓰고 있다. 이제는 감성도 메말라서 묵묵히 흘러가는

강물이 되어 있을 뿐이다. 지난 여정을 되돌아보지도 않고.

또다시 일상으로 맞이할 사흘 뒤의 맞이할 사흘 뒤의 나날에

대한 계획도 이과수 폭포의 악마의 목구멍 속에 던져 버린 채,

이십 여 일 만에 누리게 된 침실에서의 흡연을 만끽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번 여행에서 가장 큰 고비가 나를 짓누르고 있다.

여기 올 때는 기대와 설렘으로 긴 비행시간을 버티었지만,

그 보다도 더 긴 금연의 시간들을 어찌 버티어야 할까?

 

특히 휴스톤에서의 5시간의 환승 대기 시간은 28일 여정 중

가장 고통스런 시간이 될 것 같다. 거기에는 스모킹 룸도 없으니~

 

2015년 11월 11일 오후 1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