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넘게 남쪽 나라에 여행을 다녀왔더니
고여 있는 작은 연못이 꽁꽁 얼어 붙어버렸네요.
얼음으로 하늘과 단절된 물속에는
시냇물 물고기와 붕어들이 살고 있었죠.
얼음과 뒤엉켜 있는 홀쭉하고 기다란 생명체들!
이미 생명체는 아니었죠. 혹시 녹이면 살아날까?
얼음은 세상과 그들을 차단시켰던 것입니다.
세상의 숨결은 그들에게 전해질 수 없었던 것이죠.
얼음은 그들을 그렇게 질식해 죽여 갔던 것입니다.
세월호의 선실과 제천의 욕실 속 그 사람들처럼!
얼마나 힘들었을까?
미안한 마음에 두꺼운 벽을 애써 뚫었습니다.
어디에서도 움직임은 볼 수 없었습니다.
나는 나의 유희를 위해 그들을 외면했던 것입니다.
아무도 알지 못하는 그곳으로 나도 따라 가겠죠.
나이라는 것은 흐르는 물길에 선을 긋는 것이겠죠.
의미 없는 숫자의 장난일지라도,
50대라는 표기의 사라짐은 나를 슬프게 하네요.
이유 없는 눈물이 마음속에서 흐르고 있습니다.
그저 순리에 따라가라는 이순을 사흘 남겨뒀네요.
유혹에 넘어 가더라도 후회하지 말라던 40세 불혹!
자기 주제를 파악하라던 50세 지천명도 지나 가버렸고!
인생은 그렇게 흘러가 버렸습니다.
이제 60년을 보내고 길어야 20년을 남겨뒀습니다.
이런 것이 삶이라는 것을 몰랐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추해지는 것이 싫습니다.
어찌해야 흘러가는 물길을 멈출 수 있을까요?
차라리 그날이 불쑥 찾아오기를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2017년 12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