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2부제 운행통제로 나의 애마 엑센트는 주차장에 세워놓고, 의전용 승용차를 끌고 나섰다. 빨간불로 바뀌는 순간 나는 차를 멈췄고, 옆 차선에 있던 긴 트럭이 나의 차로 앞으로 급히 핸들을 꺽어 밀고 나온다. 순간 우지직 소리가 나며 나의 차 뒷 부분이 흔들거린다. 이미 신호등은 빨간불이었음에도 나는 앞질러가 그 트럭을 세웠다. 그 정도의 흔들림과 소리라면 뒷 부분이 크게 망가졌으리라.....
다행히도 겉보기에는 뒤 범퍼의 일부가 흠집이 났고 페인트가 벗겨져 있었다. 하지만 난폭 운전을 했던 그에게 나는 몇 일간 기분 상해 있는 나의 분풀이도 덧붙여 한바탕 큰 소리를 치리라 마음먹고, 그의 트럭에서도 접촉사고의 흔적을 찾고자 큰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고 있었다.
옷소매를 걷고 트럭 운전사와 한바탕 붙으려는 순간, 어떤 젊은 친구가 다가서 오며 말을 건넨다.
“아저씨! 내가 받는 거예요. 트럭을 피하려다 아저씨 차를 받았는데, 정말 죄송합니다.”
그냥 모른 척 하고 지나쳐도 되었을 젊은 친구는 머리를 조아리며 내게 사죄를 한다.
“제대로 수리를 하려면 십 여 만원은 들테고, 적당히 겉의 흠집만 지우려 해도 몇 만원은 들텐데.....”
그냥 가라는 나의 말에 그는 미안한 표정과 함께 환히 웃으며 자기 차로 돌아간다.
그의 티코 중고차 뒤 유리창에 몇 개의 글자가 쓰여 있었다.
“아기가 타고 있어요.”
그의 차에는 아기 뿐만 아니라, 작지만 아름다운 ‘양심’도 타고 있었다.
2002년 5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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