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코스모스 빌딩 앞, 뇌성마비 앉은뱅이 총각 행상 손을 잡고서,
허리 굽혀 목장갑 끼워 주는 청원 경찰 아저씨.
작지만 아름다움 느끼게 해 주는 그 모습...
98. 7. 10
************************************************************************
조금은 비집고 들어 올 수 있는 공간이 있었지만,
한쪽 손을 쑥 내밀고 양보해 달라는 어느 운전사.
밟고 있던 페달에서 잠시 발을 떼고 있으니,
또 다시 손을 내밀며 고마움을 표시한다.
그래도 남을 생각하는 그 마음이 아름답다.
99. 6. 7.
**********************************************
버스에 몸을 실었다. 사람들은 내리고 또 다른 사람들은 타고...
지팡이를 짚고 불편한 몸을 이끌며 칠십 가까이 되어 보이는 아저
씨가 절뚝거리며 버스 승차문을 향해 바쁜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버스 기사는 허겁지겁 문을 닫고 출발하려 한다. 앞 쪽에 앉아
계시던 나이든 아줌마의 '태워 주시죠!'라는 말에 기사 아저씨는
마지못해 문을 열어 준다. 힘겹게 차에 오른 몸이 불편한 아저
씨가 자리에 앉을 동안 버스는 잠시 멈춰 서 있다.
몇 정거장인가 지나서 앞 쪽에 앉아 있던 그 아저씨가 몸을 움쭐
거린다. 몇 자리 뒤에 앉아 있던 젊은 부인이 일어선다. 그 아저씨
에게 다가서서는 팔을 부축하고선 하차문으로 다가 온다. 버스는
덜컹거리고 있고...
함께 내려 주지 못함을 미안하게 생각하는 듯, 그 젊은 부인은
아저씨가 땅에 발을 내딛을 때까지 그 자리에 서 있다. 그리고는
제 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덜컹거리는 버스 손잡이를 잡고 발길
내딛는다.
버스 기사 아저씨, 그 젊은 부인에게 말을 건넨다,
" 고맙습니다."
함께 어우러져 사는 모습 - 작지만 아름다움 느끼게 한다.
990715
***********************************************************************
며칠 전 올림픽 공원 큰 사거리 건널목 신호등에 걸려 서 있는데,
하얀 머리 고운 얼굴의 할머니 세 분이 가벼운 손짐을 들고 파란불을
기다리고 있고, 반대편에 섬머슴 같은 고딩생 몇이 어울려 있다.
멍한 나의 눈망울이 멈춰 있는 건널목 한 가운데에서 한 학생 -
반가이 할머니들에게 인사 건네더니, 한 할머니의 가벼워 보이는 짐을
들어 드리겠단다. 활짝 웃으시며 사양하시는 할머니. 또 다른
할머니의 손을 잡더니 짐을 들어 드리겠단다. 손을 내저으시며
사양하는 또 다른 할머니...
꾸벅 인사 드리고, 이미 빨간불이 켜진 건널목을 달려, 멀리
가고 있는 벗들을 쫓아 간다. 백발의 할머니들 재잘거리며
또 다른 방향으로 발걸음 옮기신다.
아마도 동네 할머니들을 만났었나 보다.
98. 8. 20
********************************************************************
문을 열고 들어서니 정장한 남자가 벽을 향해 서 있다. 나 또한 그
옆 자리에서 벽을 향해 서 있으니, 그 남자 일을 마치고 손을 씻는다.
지퍼를 올리고 문을 향해 발을 내딛으니, 손 씻던 남자가
문을 열려다가 비켜 선다. 문잡이에 나의 손이 먼저 가고 나서, 뒤따라
그 남자가 나온다.
물에 젖은 손잡이를 잡는 불쾌함을 주지 않으려 비켜선,
남을 생각하는 작은 배려가 작지만 아름답다.
2000, 3. 25.
'예쁜 세상 바라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과꽃 (0) | 2007.03.16 |
---|---|
양심이 타고 있는 티고 (0) | 2007.03.16 |
방배동에서... (0) | 2007.03.16 |
만원의 행복 (0) | 2007.03.16 |
응급실에서... (0) | 2007.03.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