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세상 바라보기

응급실에서...

묵향의 이야기 2007. 3. 16. 19:22
 

  응급실 한쪽 구석 의자에 앉아 망연히 시간의 흐름을 지키려니, '제한구역'이란 표지가 달린 문이 열리고는 기다란 나무상자가 얹혀진 간이 이동 침대를 마스크를 낀 젊은 남자가 끌고 온다.   영원히 영혼을 가두어 버리는 관짝은 아닐지언정 중환자실로 가는 것을 보니 아마도...  하지만 통곡 소리가 나질 않는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숨가쁜 소리에 또 다른 상념을 안고 있으니, 나 있는 곳으로 또다시 마스크 낀 남자가 무심히 이동 침대를 끌고 온다.  눈 앞 90센티 앞을 지나치는 침대 뒤로 깔끔하고 중후하게 그러나 편한 양복 차림의 노년 신사가 홀로 뒤쫓아 온다.  그리고 지나쳐서는 '제한구역' 안으로 사라져 버린다.  그렇게 어느 주검은 내 앞을 지나쳐 버렸다.  통곡 소리도 들을 수 없었고 흘러내리는 눈물도 보지 못한 채 영혼이 사라진 주검과 그 뒤를 쫓아 오는 오직 한 사람의 모습만을 바라보면서, 너무도 편하게 죽음을 대면하고 있는 그 죽은 자와 산 자의 다정했던 삶의 이야기를 그려본다.


  남자 등에 엎혀 온 6살쯤 소녀의 헐떡이는 숨소리는 응급실 의사들을 불러 모은다.  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 응급실에서는 모습 보기 힘든 고참 의사도 양복 입은 채 달려 온다.  불과 몇 일 전 힘없이 쓰러진 그 소녀의 병명을 알 수 없어 다시 이 병원으로 옮겨 진게다.  바로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아기의 아빠는 모습이 보이질 않고 직장 동료인가 아기의 엄마 친구인듯 한 여인들의 모습만 보인다.  20만원씩 추렴하쟎다.  깊은 시간에 달려온 우정도 가련하건만, 넉넉치 못해 보이는 주머니에서 동료의 딸 병원비를 보태자 한다.  ...   재작년 머리가 아프다고 한지 열흘만에 재가 되어 뿌려진 친구의 아들이 생각난다.  사고로 다친 것도 아닐진데, 어찌된 운명인가?  인간의 무기력으로 화장터에서 뼈 꺼내져 하얀 가루가 되어 가는 모습, 그리고 외진 강가에서 할아버지 손에 뿌려지는 그 영혼!  훗날 그곳을 찾고 싶어할 친구 녀석을 안내하기 위해 애써 기억해 두었지만, 끝내 함께 그곳을 가보자는 말은 친구 녀석에서 들려 오지 않는다.  눈물이 메말랐기 때문은 아닐 것인데...  차라리 그렇게라도 잊어야 하는 것인가 보다!


  '아빠 앞으로는 말 잘 들을께요!'  '여보 죽어서는 안돼!‘ 술취해 비틀거리며 고함고함 내지르는 젊은 남자 등에 엎혀 응급실에 들어온 젊은 여자의 얼굴은 엉망이 되어 버렸다.  뒤이어 또 엎혀 온 작은 소녀의 얼굴도 엉망이건만, 다시는 말썽 피우지 않겠다며 아빠한테 애걸애걸한다.  왜 그리된것인가? 


  96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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