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밤부터 세상의 오염된 모든 것을 씻어 내리려는 듯 강한 바람이
일어 나의 마음과 정신을 청명하게 한다.
인사동 어느 찻집 - '기쁨을 나누는 집 - 그 자그마한 집 천장에 달려
있던 옛스런 장식등에 적혀 있던 글이 생각난다.
" 성안내는 그 얼굴이 참다운 공양구요!
부드러운 말 한마디 미묘한 향이로다! "
비바람 창가 스치며 동호대교 위를 달리던 전철 안에서 그 누군가의
입에서 들려 오던 어느 평범한 젊은이의 한 싯구절이 생각난다.
" 네가 그릴 수 있는 만큼만 원을 그리렴!
난 그 만큼만 빼고 너를 사랑해...! "
맑은 하늘도 좋지만 비바람 속에서 자신을 한번쯤 되새겨 볼 수 있는
비오는 날 우산 속의 걸음도 진흙창 속에서의 순결로 나의 곁에 다가와
삶의 휴식을 안겨 주기에 어젯밤에는 밤거리를 거닐었다.
95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