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eet home

농장에서...

묵향의 이야기 2007. 3. 16. 19:37
 

   지난해 여름 어느날이었다.  늘상 휴일이면 찾아 뵙는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통이와 술희와 함께 가까운 시골 농장 근처에서 외식을 하게 되었다.


      "할아버지 할아버지... 나 요술 부릴 줄 알아요."

      "응?  어떤 요술인데?"              

      "나 고추 세울 수 있어요!"

      "하하하..."

      "음... 어떻게 세우니?"

      "간단해요~  만지작거리면 되거든요!"


  9살난 통이 녀석 꽤나 자랑스러운듯 할아버지에게 자랑을 늘어 놓았다.


    휴~  난 11살때였는데...  에고~  통이 너 임마!  고생길 들어섰구나!



  가만히 듣고 있던 5살된 술희...  


      "할아버지 할아버지...  나 병관이랑 결혼할거예요."

      "응?"

      "나 전번에 병관이한테 뽀뽀했어요."


  병관이 뽀뽀 당했던 날 술희는 선생님에게 꾸중을 들었단다.

  울상되어 버린 병관이는 선생님께 고자질 했데요.


    휴~  아빠 잘못 만난 탓에 너희들 고생길 들어서게 되었구나.



     *************************************************************



  철망 밖의 공작새인가?   철창 안 공작새인가?

  어느날 느꼈던 그 마음 뒤로 하고...

  한마리 공작새 꺼욱 꺼욱 울어대기만 하길래

  뭔 일인가 들여 보다가

  그만 그 공작새 밖으로 내달렸다.

  긴 꼬리 요사하게 펼치고 있길래

  가만가만 다가서니

  그만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숫놈 공작새

  암놈에게 한껏 뽐내려다가

  어느덧

  퇴화되버린 날개짓


  날자.. 날자...


  다다음날 그리고 또다시 다다음날

  그 공작새는 어느 담벼락 사이에서

  날개 펼치지 못한채 누워 버리고 말았다.


  가슴 속 눈물 떨구게 되니

  그 공작새 내 모습 아니던가?



                                        1998년 4월 13일 새벽


'sweet hom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들에게 보낸 편지  (0) 2007.03.16
통이와 술희  (0) 2007.03.16
현수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0) 2007.03.16
아빠와의 캠프  (0) 2007.03.16
아버지의 수술  (0) 2007.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