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eet home

아빠와의 캠프

묵향의 이야기 2007. 3. 16. 19:34
 

   흠뻑 푸른 빛으로 젖어 버릴 듯한 날입니다.  지난밤 뜨거운 물에

 몇시간 몸을 담고 있었지만, 주말 일박이일의 '아빠와의 캠프'에서

 꼬마들과 함께 흔들어대던 '뽀뽀뽀' 시간의 그 율동이 지금 나의 온

 몸을 결리게만 합니다.

   목요일부터 잠시의 쉴 틈도 없이 바쁘다가, 토요일에 통이의 초등

 학교에서 주관한 아빠와의 캠프를 다녀 왔습니다.  40명쯤의 젊은

 아빠 늙은 아빠들이 참석해서 엉덩이 흔들고 깡총깡총 뛰며 아이들과

 함께 재롱 떨었으니 지금 온몸이 녹초가 될 수 밖에요. 

   거의 다 불량 아빠일겁니다.  363일 관심 기우려 주지 못하다가,

 일박이일로 아빠의 사랑 전하려 했으니 불량 아빠일 수 밖에요.  근데

 생각해 보니 우리 자랄 때는 그냥 내팽겨쳐진 아이들 마냥 홀로 쑥쑥

 커갔는데, 대화 사랑 관심 등등 많은 빗물을 쏟아야 하니 이것도 온실

 속 사랑이 아닌가 생각 들더군요.  하지만 시계 부속품 처럼 늦은 밤까지

 공부라는 틀 속에서 자라게 되어 버린 아이들에 대한 정당한 보상일 수도

 있겠지요.  암튼 잘 다녀 왔습니다.  겹쳐졌던 주말의 두 건의 나만을

 위한 일정을 내팽기치고 다녀온 그 시간들은 지난번 백두산 여행에서의

 아빠와 아들의 한마음 갖기 보다는 못했지만, 뭉개진 내 코 덕분에 더욱

 미운 눈의 통이의 눈빛에서 아빠에 대한 사랑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으

 니까요.  징그럽게 커 버린 통이 녀석 무등 태우고 달리다가 그냥 앞으로

 슬라이딩 해 버렸거든요.  그래도 흐믓했던 건 상황을 생각컨데 내 얼굴

 보다는 통이의 얼굴이 엉망이 되었을 사고였을텐데, 내 이마와 콧등만

 뭉개져 버린 채 통이의 얼굴은 말짱했으니까요.  그래도 父情은 있는지...

   하지만 깊이 씁씁했던 건 엉켜버린 실타래 마냥 남들 쫓아가기에 힘들어

 하는 통이의 모습 새삼스럽게 본 것입니다.  이미 마음 바꾸어 존재하는

 그대로 인정하기로 했지만, 살아가면서 더욱 깊이 가슴 속에 그늘 드리우게

 될지 모를 통이의 힘든 삶이 나의 마음을 어둡게만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건네 주었습니다.  '밝은 마음으로 자라기만 해다오!'


                                                     97. 10.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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