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가던 겨울의 매서운 추위는 입춘이 다가 오면서 그 모습을 뒤로 하고 있습니다. 부친이 걸어 오셨던 길이 그러했듯이 언덕 넘어 저 건너 세상으로 가실 때도 몹시 혹독한 찬 바람을 맞이해야 했습니다. 극복하며 걸어야 하는 것이 진정한 삶의 길이라고 가시는 길에서도 저희에게 남기신 또 하나의 가르침이셨습니다. 언제나 저희에게 닥쳐 올 일이라 생각하고 있었지만, 기대어 의지할 곳은 당신이었거늘 당신의 빈 자리는 너무나도 컸습니다.
당신과의 우정을 생각하고 또한 저희에게 큰 힘이 되도록 찾아 주셨던 고귀한 님의 배려와 관심은 저희에게 깨우침을 주셨던 자리였습니다. 마지막 촛농까지 태우며 세상에 불을 밝히듯 충실히 살아 오셨던 당신의 삶을 이어받고, 홀로 일어나시어 오로지 근검 절약의 정신으로 이룩하신 당신의 자리를 보존하고, 몇 십년이 흘러도 변치 않고 어우러져 살아가는 신의와 우정의 세계를 지키라 하심이었고, 작은 것은 인색하면서도 큰 것은 아끼지 아니 하셨던 진정한 베품의 마음을 본 받으라고 일깨워 주셨던 진심 어린 충고이자 격려의 말씀이었습니다.
마지막 유언 처럼 남기신 말씀이 있었습니다. 당신은 정녕 깨끗하게 사셨노라고 말씀 남기셨습니다. 당신 슬하에서 ‘맑게 바르게 슬기롭게’ 살라는 가르침에 이끌려 성장해 왔거늘, 당신의 진정한 모습을 어찌 모를 수 있겠습니까? 단지 따라가지 못했던 불효와 어리석음을 통탄할 뿐입니다. 하지만 당신께서는 저희에게 생의 여유만을 남겨 주신 것이 아니라 살아 가는 바른 길을 알려 주셨던 것이기에, 비로서 저희는 이제서라도 깨우쳐서 진실된 삶을 향해 정진해 나가겠습니다.
어려운 발걸음 내딛으시어 저희에게 베풀어 주셨던 관심과 일깨우심을 깊이 감사 드리고, 아울러 자필로 인사 올리지 못함을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저희에게 하늘이셨던 당신과 어려울 때 힘이 되어 주셨던 님에 대한 보은의 마음은 부친의 뜻을 이어 보존하고 키워 나가는 것으로 보답 드릴 것을 약조 드리며, 고개 숙여 감사의 인사 다시 올립니다.
2000년 2월 1일
孤哀子 싱 상 구 子婦 임 수 연
子 경 희 壻 윤 동 권
준 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