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 6시가 채 되기 전 사무실로 향했다. 석촌호수 사거리에서 차량 행렬이 머뭇거리는 모습이 눈에 띄였고 멈췄던 차들이 비껴 나가는 것이 보였기에, 나 또한 고장난 차량이 있으리라는 생각에 중앙차선 쪽으로 차를 빼어 앞으로 나갔다. 그런데... 옆구리가 받친 택시와 앞 부분이 파손된 승용차 두 대가 엇갈려 서 있다. 부서진 차 안에는 고통스러워하는 사람의 모습이 얼핏 보였고, 몇 대의 차 안에서는 고개를 빼고 사고현장을 바라 보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였고, 구슬피 내리는 장마비 속에서 핸드폰으로 어딘가 연락하는 택시기사의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부서져 버린 택시와 승용차로 다가선 이는 아무도 없었다.
“어찌 할건가? 어찌 할건가?” 망설임 속에 나의 차 바퀴는 계속 앞으로 향했고, 뒷거울로 보인 막 다가선 견인차에 모든 것을 맡기고, 나는 다른 차량 행렬과 함께 가던 길로 나아갔다. “사무실에 바삐 나가야 할 일은 없는데...” 속으로 되뇌면서...
7년 전 어느 토요일 오후. 여의도에서 퇴근하여 올림픽대로에 들어선 뒤 바로, 건너편 차선이 꽉 막힌 것을 볼 수 있었다. 내가 가던 차선에서는 길가에 차들을 세워 놓고 많은 사람들이 반대 차선을 바라 보고 있었다. 핸들을 잡고 고개 돌려 보니, 차량 앞 부분에 불이 붙은 승용차 운전석에 정신 잃은 사람이 눈에 띄었다. 동승했던 친구와 “달려가 사람을 꺼내 줘야 되는 것 아닌가?” 하는 몇 마디 말만 나눈채 무심히 흘러가는 한강물 처럼 아주 아주 느린 속도로 앞을 향해 계속 나가고 말았다. 나의 눈에는 확연히 비추어졌다. 핸들에 머리를 대고 정신 잃은 사고 운전사와 건너편 차선 그 차에서 몇 미터 떨어져 있는 곳에서 오도가도 못한채 차 안에 들어 앉아 불타는 차를 바라 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강 건너 불을 바라 보듯 반대편 길 가에서 목을 빼고 사고현장을 바라 보고 있던 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선명히 뇌리 속에 남겨졌다.
그날 밤 뉴스에서 올림픽 대로에서 운전사가 불에 타 죽은 사고 소식이 들려 왔다.
“불에 타 죽은 것이 아니고 정신을 잃었던 것 뿐인데...”
세상에는 무심한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내 눈에는 그 많은 무심한 사람들이 비춰지고, 그들 눈에는 나 또한 무심한 사람으로 비추어지리라...
00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