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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까치와의 전쟁

지난주부터 여기 하늘아래정원의 집 현관 앞에 차를 세우고 차에서 내려 몇 걸음 옮기려 하면, 여지없이 푸드득 소리를 내며 뒤에서 새 한 마리가 내 머리를 가까이 스치고 날아간다. 날이 밝아오면 내가 출근하기를 기다리며 어느 나뭇가지에 앉아 있었던 모양이다. 잔디밭에 나가 망중한을 즐기려 현관문을 나서면 또다시 기다렸다는 듯이 뒤에서 내 머리를 향해 쏜살같이 달려든다. 날카로운 부리에 상처를 입기 싫어 어쩔 수 없이 이 더위에도 긴 팔 웃옷을 입고 목도리를 두르고 승마용 헬멧을 뒤집어 쓴 채 산책을 해야 한다. 잠시 차에 물건을 꺼내려 갈 때는 빗자루를 하늘 향해 흔들며 나서야 하니, 이곳이 내 집인가 새들의 집인가? 결국 참다못해 나는 그제 반경 30미터에 있는 나무들을 샅샅이 훑었다. 이곳은 거의 30..

프리즘 2021.07.29

38일 간의 여행을 떠나며

38일 간의 여행을 떠납니다. 군 생활을 빼고 집을 떠나 타지에 가장 오래 머무는 경험이 되겠군요. 결혼 전에는 독립, 결혼 후에는 잠시의 출가(가출?)의 욕망을 현실의 벽에 꿈을 산산조각 냈기에, 의미 없이 노르웨이 구석구석 쏘다니는 긴 여정을 이제 훌쩍 떠나게 되었죠. 이번 여행의 주제는 ‘눈물’로 굳혀졌습니다. 유럽의 거의 맨 북쪽 끝 ‘노르캅’이라는 곳에서 북극을 바라보면 왠지 눈물이 주르륵 흐를 것 같습니다. 내 영혼을 앗아갔던 오로라 여신에 대한 그리움 때문은 아니겠죠. 무한의 우주에 존재로 인식되지도 못할 ‘있음’을 슬퍼할 것입니다. 두세 번만 얼굴을 마주했던 생소한 분들과 차 한 대에 동승하여 이리저리 텐트촌을 옮겨 다니며 함께 있을 지라도 그곳에서도 나는 홀로 있을 것입니다. 어차피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