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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들이

오랜만에 지난 목요일 세 여자와 한나절 데이트하고 왔어요. 데이트가 아니라 운전 겸 사진 기사로 채용된 것이었죠. 간신히 두 딸의 승낙을 받고서! 내 취향이 아니었을지라도 선택권 없는 나는 어쩔 수 없이 물회 식사 후 카페에서 멍 때리며 앉아 있어야 했지요. 그런데 어제 네 명에게 메시지가 날라 왔네요. 선별진료소에 다녀와서 자가 격리하라고! 다행히 오늘 음성 통지를 받았습니다. 언제쯤 몸도 마음도 편히 여행을 떠날 수 있을까? 2021년 7월 29일

sweet home 2021.07.30

돌아간다는 것

얼마 전 지인의 어머니께서 “돌아가셨다.”라는 소식을 받게 되었지요. 어디로 돌아가는 것일까? 어느 남과 여가 하나가 되었을 때 존재가 생겼기에 결국 여와 남이 만나기 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닐까? 음양이 결합하기 전에는 무엇이 있었던가? 공간도 시간도, 영혼도 분자도 없는 그런~ 느낌 생각 번민 행복도 없는 그런 곳! 有와 無조차 논할 수 없는 곳! 그저 얽혔던 인연에 흔적만 남기고 존재의 세계에 흔적만 남기고 떠나가는 것! 2021년 7월 9일

프리즘 2021.07.30

소풍 떠나는 날을 기다리며

너무도 매정하게 퍼 부었던 장마가 잠시 멈췄다가 지금은 굵은 장대비로 그 뒤끝을 보여주고 있어요. 오늘 빗님은 마음을 씻어주고 흙 내음 안겨줘 좋네요. 거실에서는 새로 다운 받은 선율이 흐르고 있고, 책상 위에는 비어가는 두 번 째 소주병이 놓여있고, 꽁초로 가득 찬 재떨이에서는 여전히 연기 피어나고! 오늘도 감옥으로 출근했어요. 화생방실이기도 하죠. 봄날의 꽃빛깔은 사라지고 시원한 바람은 멈추고 존재하지 않는 철창이 나를 가두고 있어요. 즐거움이 없네요. 마치 구름이 해님을 가리듯이, 오랫동안 그늘에 머물러 더 이상 햇살을 못 보네요. 나이 탓인가? 우울증인가? 그저 사라지고픈 마음! 그래도 내가 뿌린 씨앗들의 쫓기지 않는 삶을 마련하려고 이제 몇 년 동안 나를 무척 괴롭힐 일을 시작해야 하기에 지금 ..

프리즘 2021.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