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튼을 내려야겠습니다.
동쪽 한면을 가로막고 있는 통유리을 뚫고
나를 향해 날아드는 새들의 좌절을
더 이상 바라볼 수 없어 커튼을 내려야겠습니다.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창가 감나무와 향나무의
나뭇가지 사이로 사랑의 숨박꼭질를 하기 위하여
지그재그 쫓고 쫓기던 새들이 몸을 감추려 날아들다가,
그 나무와 나를 한곳에 머물게 하는 유리창을 미처 보지 못하고
그만 상처의 흔적만 남긴 채 저 멀리 가 버리는 것이 안스러워
이제는 커튼을 내려 창문을 가리고 벽을 만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갇혀있는 나의 영혼이 하늘과 숲과 새들을 바라보지 못하여
더 깊은 수렁 속에 스스로를 가두게 된다 할지라도,
세상과 자신을 향한 기만을 커튼을 내려 감춰야 할 때가 왔습니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아 보이는 허상을 거두어야 할 때가 왔습니다.
2007. 1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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