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빛 봄 하늘은 마음까지 그늘을 드리우고,
불쑥 찾아간 은행 창구의 기다림은 짜증을 더한다.
바로 앞 번호가 호출되어 앞쪽 의자로 옮겨 기다리고 있으니,
창구에 서 있는 엄마 곁의 3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 아이가
사탕을 달라며 칭얼거리고 있다.
그 옆에서 은행 일을 보던 또 다른 엄마 곁에도
같은 또래의 여자 아이가 서 있고 손에는 사탕 몇 개가 쥐어져 있다.
사탕을 쥐고 있는 아이의 엄마는 딸을 내려다보며,
“친구한테 사탕 하나 줘!”라며 예쁜 목소리를 들려준다.
그 소녀는 부끄러운 듯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또 다른 아이에게 다가선다.
바로 앞에서 지켜보고 있던 나는 “아이~ 착하네!”라며 한마디 건네준다.
그러나 아무 말 없이 사탕을 하나 건네는 그 손으로
칭얼거리던 아이는 차마 손을 내밀지 못한다.
사탕 소녀의 엄마가 또다시 얘기한다.
“손에 꼭 쥐어줘야지!”
움칫거리던 손을 다시 내밀며 건네지는 사탕을 받아든
어린 꼬마는 “고맙습니다.”라며 고개를 숙인다.
은행 문을 나서 바라본 잿빛 하늘에서는
봄빛이 다시 내리 비추는 듯 했다.
2010. 4.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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