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세상 바라보기

벌 한 마리~

묵향의 이야기 2010. 8. 19. 20:48

얼큰하게 취한 채 다시 찾아든 사무실

컴퓨터 모니터 앞에 매달려 있다 보니

요란하게 ‘윙윙’ 소리를 내는 뭔가 있다.

 

위아래를 둘러봐도 눈에 띄질 않기에

몰래 숨어든 파리 한 마리

담배 연기에 취해 땅바닥에 나뒹굴 있을 거라 생각했다.

 

무거운 엉덩이 들어 올려 여기저기 살펴보니

큰 벌 한 마리 날아들어 천장을 향한 채 날개 짓하고 있다.

창문 그리고 현관문을 꼭꼭 닫았건만...

 

뒤 짚여진 채 숨 쉴 틈 없이

두 날개 흔들어대는 그 벌을 뒤 짚어 주었건만

또다시 나뒹굴어 고요한 적막을 깨고 있다.

 

빨리 오라고 재촉하는 인터넷 외침에

제 자리로 돌아 왔지만,

내 마음은 바닥으로만 향한다.

 

이승과의 이별하는 길이 너무도 힘든 가 보다.

차마 형체도 알아 볼 수 없도록 저 세상으로 보낼 수 없어,

나는 살충제의 손잡이를 꽉 눌렀다.

 

마지막 용을 쓰며

뒤틀어지는 늙은 벌 한 마리의 모습을 보며

내 마음 속 눈망울은 촉촉이 젖고 만다.

 

10.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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