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큰하게 취한 채 다시 찾아든 사무실
컴퓨터 모니터 앞에 매달려 있다 보니
요란하게 ‘윙윙’ 소리를 내는 뭔가 있다.
위아래를 둘러봐도 눈에 띄질 않기에
몰래 숨어든 파리 한 마리
담배 연기에 취해 땅바닥에 나뒹굴 있을 거라 생각했다.
무거운 엉덩이 들어 올려 여기저기 살펴보니
큰 벌 한 마리 날아들어 천장을 향한 채 날개 짓하고 있다.
창문 그리고 현관문을 꼭꼭 닫았건만...
뒤 짚여진 채 숨 쉴 틈 없이
두 날개 흔들어대는 그 벌을 뒤 짚어 주었건만
또다시 나뒹굴어 고요한 적막을 깨고 있다.
빨리 오라고 재촉하는 인터넷 외침에
제 자리로 돌아 왔지만,
내 마음은 바닥으로만 향한다.
이승과의 이별하는 길이 너무도 힘든 가 보다.
차마 형체도 알아 볼 수 없도록 저 세상으로 보낼 수 없어,
나는 살충제의 손잡이를 꽉 눌렀다.
마지막 용을 쓰며
뒤틀어지는 늙은 벌 한 마리의 모습을 보며
내 마음 속 눈망울은 촉촉이 젖고 만다.
10.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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