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전부터 부엌에 딸린 뒤 부엌 겸 창고에서
고약한 지린내가 진동을 했어요.
열어 두었던 현관문을 통해
들고양이가 들어가 실례를 했던 모양입니다.
무더운 날씨 때문에 며칠을 그냥 참다가
결국 지난 수요일 몇 년 동안 먼지에 쌓였던
잡동사니들을 들어내고 큰 대야에서 메말라 가던
고양이의 오물을 깨끗이 씻어 냈지요.
토요일이라 가벼운 마음으로 오수를 즐기는데
창고 쪽에서 새끼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고
저 멀리서는 어른 고양이의 소리가 들렸어요.
분명히 창고 한 구석에서 새끼고양이가 울고 있지만,
여기저기 살펴보아도 찾을 수는 없기에
창고 문을 열어 놓은 채 여기저기 큰 막대로 두들겨댔어요.
또 다른 큰 고양이 소리를 쫓아
밖을 통해 내려가는 지하 보일러실로 향했더니
큰 고양이가 쏜살같이 달아나더군요.
조용해졌으리라 생각하고 오늘 현관문을 여니
같은 곳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다시 들렸어요.
웃통을 벗어던지고 창고의 짐을 하나하나 들춰봐도
막대기로 여기저기 찔러봐도 고양이는 보이지 않고
엄마를 부르는 소리만 한쪽 구석에서 가냘프게 들렸죠.
결국 긴 싱크대 하단 걸레받이를 뜯어내고
먼지 쌓인 바닥에 누워 플래시를 비춰보니
거대한 거인의 발자국에 놀라
두려움의 신음만 토해내는 아기 고양이가 보였죠.
인기척에 놀라 도망치지도 못할 만큼
갓 태어난 아기 고양이였어요.
얼마나 두려웠을까?
얼마나 배고팠을까?
얼마나 보고팠을까?
쏟아지는 장대비 속에서 엄마를 찾아 다닐까봐
신문지 위에 물그릇과 으깬 스팸 고기를
아기 고양이와 함께 큰 대야에 넣고
처마 밑에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었죠.
“조금만 더 참으며 젖 대신에 그거라도 먹고
힘내어 엄마를 불러 보렴!“
“엄마는 너를 버리지 않고 다시 찾아 올 거야!”
다시 바라본 아기 고양이는
웅크린 채 잠이 들어 버렸어요.
2012년 8월 12일 일요일 정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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