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세상 바라보기

나뭇잎 하나

묵향의 이야기 2010. 5. 15. 11:41

연주회가 끝나고 잠시

길가 벤치에 앉아 있던

만삭의 아내가

가로등 불빛에 곱게 모습 드러낸

단풍잎이 예쁘다며 하나를 따 달라 했습니다.

 

팔을 뻗어 나뭇가지에서

한 잎을 떼어 내려다가

그만 손을 내리고 말았습니다.

 

함께 있을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을 텐데.....

바람결에 이별을 맞이하게 될 그날까지

그 잎을 가지에 머물게 하고 싶었습니다.

 

결국 나는 바닥에 떨어진

빛 고운 나뭇잎 하나를 들어

아내에게 건네주었습니다.

 

2001년 10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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