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맞이할 때와 떠나갈 때

묵향의 이야기 2008. 12. 7. 15:54

오늘 저녁도 서편 하늘에는 은하수의 숱한 별들을 담으려는 듯

초승달이 어둠을 바다 삼아 쪽배되어 떠 있다.

 

지난 이월 구정을 사흘 앞두고 어둠이 채 가시기도 전에

사무실을 향해 고속도로를 내달리고 있었다.

 

아미같이 가냘픈 달님이 어두운 하늘 가장자리에 머물러 있다.

 

무심결에 바라본 그 쪽배는

초승달인가 그믐달인가?

동편에서 떠오른 것인가 서편에서 기우는 것인가?

 

잠시 나를 혼동시켰던 상념은

달없는 구정을 앞둔 날이라는 생각에 사라져 버렸다.

 

얼마간일지라도 세상과의 이별을 고하기 위하여

사라져 가는 동편 하늘의 그믐달이었던 것이다.

 

작별을 해야 할 때는 저리도 모질어야 하는 것인가?

 

지난해 유월,

감싸 안으려 별을 마주하며 미소짓던 초승달은

그토록 다정했던 별들에 등을 돌려 버린 그믐달이 되어 버렸다.

 

새로운 인연이 되어 시작할 때는 그토록 다정했건만,

인연이 다하여 떠나가야 할 때는 저토록 무심한건가?

 

이별이 너무나도 슬퍼서 저렇게라도 등을 돌려야만 하는 것인가 보다.

지천명의 나이 오십이 되어서  가슴에 깊이 새겨진 삶의 진리를

그날 새벽 나의 마음속에 눈물을 글썽이며 바라 보아야만 했다.

 

                                     2007년 6월18일에 초승달을 담았고

                                     2008년 2월 4일에 그믐달을 바라보았고

                                     2008년 3월 13일 새벽 2시에 잠 설쳐 깨어나 낙서.

 

                                                     2007년 6월 18일 오후 8시 58분 광주에서 촬영

                                                       금성과 초승달이 마주하고 있다.

 

 

                                               2008년 2월 5일 중앙일보 기사에서 사진 퍼옴

                                               좌로부터 금성 목성 그리고 그믐달.

                                               2008년 2월 4일 아침 7시 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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