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한마리가 욍윙 내 공간을 헤집고 날아 다니더니
바닥에 떨어져 허공을 향해 발버둥질치고 있다.
비록 동네 집들로 둘러 싸인 곳이지만,
이곳만은 별천지 숲 속에 싸여 있다.
밭일 하랴
앵두 살구 열매들을 따랴
늦가을 낙엽을 쓸어 모으랴
눈 오는 날 허리 휘어지도록 빗질하랴...
관리인 노부부는 등골이 이미 구부려졌지만~
좁은 골목길에서 아짱거리며 노니는 아기들
가게 앞에서 쏘주잔 부딪기는 할배들
손 맞잡고 헤매는 연인들
갈 곳 못찾고 있거늘...
그저 하늘에서 떨어져 내 품에 안겼다는
여기 몇 십년 나무들로 둘러싸인
거인의 정원처럼
높디 높은 담장으로 둘러싸인...
그러나
나만의 공간이 되어 방치되고 있는
이곳은
한껏 한숨 크게 들이쉬며
상념에 깊이 빠져들 만큼은 내게 축복이 되고 있다.
그네들에게는 정녕 미안한 마음 건넬 수밖에 없지만....
하지만
그 속의 여기 자그마한 나의 공간은
파리 한마리 날다 떨어져 버릴만큼
세상의 때에 혼탁해버린
그런 곳이 되어 버렸다.
한 줄 내리쓰며
빨아대는 담배 연기에
또다시 날아든 파리 한마리는
이내 그 친구를 따라 떨어지리라.
2009. 6.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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