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잠수하고 싶을 뿐이다.

묵향의 이야기 2010. 4. 9. 20:14

백수가 된지 벌써 16년째...

밤낮으로 채널을 고정시켰다.

KBS 클래식 93.1

 

주인 잃은 광주 농원을 비워둘 수 없어,

방 한칸을 사무실로 꾸며 놓고 일상의 터전으로 삼은 지 9년...

저주받은 곳인가?

전파가 잡히지 않는다.

 

약속이 있어 일찍 차를 몰고 다닐 때

서산 너머 석양 물들어 갈 때

슴 깊이 파고드는 선율과 넘실거리는 마음!

그치만 내달리는 차바퀴에 내동댕기 쳐버리는 낭만~

 

아쉽기만 했다.

이제서엊그제 알았다.

인터넷 생방송 93.1 메가헬쯔

그래서 나는 지금 선율을 안주 삼아 술을 마시고 있다.

 

봄이 오면 미쳐 버린다.

산수유가 피어나기 시작하면

나는 하루하루 변해가는 세상에

미치광이가 되어가는 나를 마주하곤 한다.

 

오늘 저녁 무렵에

나의 눈동자는 촛점을 잃고 말았다.

동편 산등성이 너머 봄햇살 비출 때

가벼운 발걸음 내딛으며 무심히 지나쳤던

그 나무 가지에 저녁 무렵 분홍 꽃이 만발해 있다.

 

또다시 봄이 오니,

세상은 꽃을 피우고 있다.

세상은 행복의 나래를 펼치고 있다.

 

하지만

나는 끝이 없는 해저에 잠수해 있다.

물이 덮어서 잠겨 있는

내가 가라앉아 물을 덮고 있는지

알 수는 없다.

 

그러나 편안하다.

기억 한조각 찾을 수는 없지만

엄마의 뱃속에 있을 때처럼 편안하다.

 

이제 나에게는 7분의 시간만이 남았다.

7시 53분...

8시가 되면 프로그램이 바뀐다.

 

그러하지만

변하는 것은 없다.

나는 이 봄에....

그저 잠수하고 싶을 뿐이다.

 

나 스스로

떠오르고 싶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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