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한가위 다음날 망원렌즈를 하늘로 향하게 했습니다.
목성이 달과 가장 가까운 날이라는 소식을 접했었지요.
아파트 건물 숲에 가려져 있는 달을 찾다가 나뭇가지에 걸려 있는 둥근 달님을 보았습니다.
지난날이 생각났지요.
12살쯤 어느 여름날 마루에 누워 홀로 꿈나라로 향하고 있는데, 알 수 없는 손길이 내 얼굴을 어루만지는 것을 느꼈지요. 살며시 눈을 떠보니 달님이었습니다.
세상이 잠든 채 멈춰 버린 듯 고요하기만 한 정원에 발을 내딛고 팔을 뻗어 보름달을 잡으려 했지만, 잡힐 듯 잡힐 듯한 달은 저 멀리서 미소만 지은 채 아주 조금씩 서편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무념무상으로 그저 하늘만 바라보고 있으니 둥근 달님은 그만 나뭇가지에 걸려 더 이상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어린 아이의 눈에서는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리고 말았습니다.
그 날 이후로 보름달이 떠올 때면 밤하늘을 종종 바라보게 되었지요. 때로는 별 하나 하나를 헤아리기도 하다가, 둥근달이 떠오를 때면 그 곁에서 밝은 빛을 발하며 같은 길을 따라 서편으로 넘어가는 별을 보게 되었지요.
보름달을 내 별로 담기에는 어린 소년의 가슴이 너무도 작아서, 달님을 쫓아가는 밝은 별을 평생의 내 별이라 마음속에 꼭꼭 담아 두었지요. 이름조차 알 수 없는 그 별이 지금까지 밤하늘의 나의 친구가 되었지요.
하지만 이제는 알게 되었답니다. 그 별의 이름이 목성이라는 것을..
하지만 이제는 담게 되었답니다. 비록 사진 속에서나마, 그 별과 달님을!
(사진 속 보름달에서 45도 방향 오른쪽 아래 하얀 점이 목성이랍니다)
2010.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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