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어느날 저녁 무렵에~

묵향의 이야기 2010. 5. 18. 19:58

아마도 중학교 때인가 미술 교과서에 나온 그림이 생각난다.

온종일 비가 내린 뒤 저녁 무렵

서편하늘부터 먹구름이 물러나는 길거리에

편안한 마음으로 사람들이 오가는 그림이었다.

 

오십년을 넘게 살아오면서도 비 그치고 어둠이 찾아올 무렵

마지막 밝음을 비쳐주는 오늘 같은 날은 몇 번밖에 맞이하지 못했다.

왜 나는 이런 날을 좋아할까?

 

지금까지 아무 생각 없이,

이 같은 세상을 바라볼 때는 평온은 느꼈다.

오늘 그저 홀로 흥에 겨워 소주잔을 들어 올리며

93.1 채널에서 흘러나오는 선율에 나를 감싸 버린다.

 

지금 불현듯 생각났다.

이제는 휴식의 시간을 가져야 할 무렵에

고난이 끝나고 평온의 빛이 비춰지기에

살아가고 있는 내가 안식의 느낌을 갖게 되었다는 것을...

 

제목도 작가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어렴풋 그 그림만이

눈에 마음에 아른거린다.

 

그렇지만,

눈물 한껏 흘린 뒤의 그 마음을 아는가?

눈물은 빗물이었다.

이제는 더 이상 쏟을 눈물도 없다.

빗물은 그치고 하늘은 어둠을 걷고 있다.

 

삶의 애착인가 보다.

한없이 허물어져가는 그 끝에

마지막 빛줄기를 잡고 싶은 마음인 것인가 보다.

 

나는 지금 서편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한 생명 숨 넘어 가듯

하루를 마무리하고 있다.

 

나는

하늘의 빗물을 가로 막 듯

내 얼굴의 눈물을 감추고 있다.

 

하지만....

내 마음의 눈물은 한없이 흐르는가?

왜?

 

2010년 5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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