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중학교 때인가 미술 교과서에 나온 그림이 생각난다.
온종일 비가 내린 뒤 저녁 무렵
서편하늘부터 먹구름이 물러나는 길거리에
편안한 마음으로 사람들이 오가는 그림이었다.
오십년을 넘게 살아오면서도 비 그치고 어둠이 찾아올 무렵
마지막 밝음을 비쳐주는 오늘 같은 날은 몇 번밖에 맞이하지 못했다.
왜 나는 이런 날을 좋아할까?
지금까지 아무 생각 없이,
이 같은 세상을 바라볼 때는 평온은 느꼈다.
오늘 그저 홀로 흥에 겨워 소주잔을 들어 올리며
93.1 채널에서 흘러나오는 선율에 나를 감싸 버린다.
지금 불현듯 생각났다.
이제는 휴식의 시간을 가져야 할 무렵에
고난이 끝나고 평온의 빛이 비춰지기에
살아가고 있는 내가 안식의 느낌을 갖게 되었다는 것을...
제목도 작가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어렴풋 그 그림만이
눈에 마음에 아른거린다.
그렇지만,
눈물 한껏 흘린 뒤의 그 마음을 아는가?
눈물은 빗물이었다.
이제는 더 이상 쏟을 눈물도 없다.
빗물은 그치고 하늘은 어둠을 걷고 있다.
삶의 애착인가 보다.
한없이 허물어져가는 그 끝에
마지막 빛줄기를 잡고 싶은 마음인 것인가 보다.
나는 지금 서편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한 생명 숨 넘어 가듯
하루를 마무리하고 있다.
나는
하늘의 빗물을 가로 막 듯
내 얼굴의 눈물을 감추고 있다.
하지만....
내 마음의 눈물은 한없이 흐르는가?
왜?
2010년 5월 18일
'프리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 한 마리 (0) | 2010.12.31 |
---|---|
보름달과 작은 별 (0) | 2010.10.07 |
잠수하고 싶을 뿐이다. (0) | 2010.04.09 |
어제 즐거웠고 고마웠다. (0) | 2009.10.25 |
파리 한마리 (0) | 2009.06.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