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eet home

아들아~ 파이팅!

묵향의 이야기 2009. 10. 14. 20:19

고교 때 공부했던 어느 시인의 시가 아련히 생각나네요. 할아버지 아버지 그리고 아들로 넘어가는 세대의 흐름을 의자의 대물림으로 비유했었죠. 어제 어둠속에서 집으로 질주하면서 생각했습니다. 끝이 없는 개울에 하나하나 더해 놓아지는 디딤돌이 인생사의 흐름과 같다고... 결코 앞서 자리 잡은 디딤돌이 없다면 그 다음은 이어질 수 없다는 것이, 아버지 그리고 나를 이어 아들이 존재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의자라는 의미는 다음 세대를 위해 물러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야기 했지만, 디딤돌은 또 다른 갈림길도 만들 수도 있지만 그 다음의 허약한 디딤돌이라면 더 이상 이어질 수 없듯이, 한 가정의 한 사회의 한 역사의 흥하고 쇠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어느 날인가 깨달았습니다. 나는 갈림길을 만들 만한 큰 디딤돌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그나마 거센 물결에 휩쓸려 가지 않는다면 그 역할을 다하는 것이라는 것을 인정해야만 했습니다. 때문에 장학회 이름을 정하면서 계명이라 했지요. 아버지 함자 중에 ‘계’ 그리고 아들 이름 중에 ‘명’! 그러나 모든 아버지의 마음인지는 알 수 없지만, 나를 이어 놓아진 디딤돌은 더욱 나약하기만 했습니다. 때문에 결국 늦둥이 현주가 내 곁에 오게 된 것이지요.

 

어제 아들이 군에 입대했습니다. 강한 놈이라면 좀 더 편한 마음이었을 겁니다. 이겨내기야 하겠지만 숱한 가슴의 상처가 더해질 것이라는 생각에 안전한 곳에서 복무할 수 있도록 굳이 외면하면서 아무런 사전 조치도 해 주지 않았던 나 자신에 짜증이 나기만 합니다. 아마도 그런 마음 때문이었는지 입영 삼일 전에는 또다시 한바탕 집안이 소란했었지요.

 

헤어짐을 앞두고 결국 아들의 엄마는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마지막 일분까지 발을 머뭇거리던 아들이 등을 돌리고 좁은 계단을 올라서려 할 때 나는 외쳤습니다. “명섭아~ 파이팅!”

 

아들은 반쯤 뒤돌아보면서 피식 웃으며 내딛던 발걸음을 이어갔습니다. 그래요. 아들이 잘 싸우길 바랍니다. 세상은 온실속이 아니고 인생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며 수많은 싸움터가 펼쳐지는 곳이기에, 부디 나의 아들은 승자가 되어 돌아오길 바랄 뿐입니다. 자기 자신을 이겨낼 수 있는 진정한 승자가 되어 돌아오길 바랄 뿐입니다.

 

그때 비로써 내 앞에 놓여진 디딤돌은 많은 곳을 향해 길을 낼만한 그런 커다란 디딤돌이 될 것입니다. 그런 디딤돌이 되길......

09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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