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마트의 장난감 코너를 열심히 둘러봐도 현주가 원하는 ‘고고패츠’는 눈에 띄지 않는다. 이것저것 살펴봐도 마땅치가 않다. 결국 평범한 인형 하나를 밤새 반짝이고 있을 트리 아래에 놓아두려 들고 나와, 차 안에 두고 집안으로 들어선다. 현주가 산타할아버지를 맞이하려고 직접 만들어 창가 가까이에 놓아둔 눈을 흠뻑 맞은 트리에서는 오늘도 불빛이 반짝이고 있다.
성탄절 이브날이지만 문상을 가야 하기에 늦은 시간에 다시 차에 올랐다. 현주가 잠자리에 들면서 산타할아버지에게 “고고패츠나 비밀 일기장을 선물로 주세요!”라며 기도를 했다는 아내의 긴급 메시지가 전달되었다. “비밀일기장이라도 사와요!”라는 이야기였다. 조금 떨어진 E-마트를 찾았건만 두 가지 모두 찾을 수가 없다. 다시 집 앞 GS마트에 차를 세웠다. 고고패츠는 없을지라도 비밀일기장은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바삐 눈동자를 굴렸지만 찾을 수가 없어서, 예쁘장한 다이어리 하나를 골랐다.
문상을 하는 동안에도 9살 막내가 원하는 선물이 눈에 아른거려 나오자마자 오래 전에 가보았던 분당의 24시간 아울렛에 전화를 했다. 문을 닫았단다. “그래~ 잠실 홈플러스는 할지도 몰라!” 견인지역이라는 표지도 무시한 채 길가에 차를 세우고 부지런히 발걸음을 떼었다. 한쪽 구석에서 나를 맞이하는 열쇠 달린 비밀일기장! 드디어 찾았다! “이것이 현주가 원하는 ‘비밀일기장’이야!”라며 함박 미소를 지으며 포장을 하고는 집으로 향한다.
이미 자정을 넘어 성탄절이 되었다. 모두들 잠들어 있었다. 산타가 잘 볼 수 있도록 창가 가까이 놓아두었던 하얀 트리에서는 며칠 째 산타할아버지에게 쓴 편지 하나가 대롱대롱 매달려 그네를 타고 있다 . 살며시 그 아래에 ‘비밀일기장’을 놓아두고 이불 속으로 내 몸을 감춘다. 제일 먼저 일어나 그곳으로 달려와 산타할아버지에게 보냈던 엽서와 기도의 마음이 전해졌다는 것에 기뻐하고 있을 현주를 그리며......
“산타할아버지에게
산타할아버지 요즘은 친구들이 산타할아버지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전 친구들이랑 달라요. 전 산타할아버지가 있다고 믿어요. 전 고고팻츠를 갖고 싶어요. 산타할아버지 다른 친구들 선물을 갖다 주니까 힘들죠? 산타할아버지 힘내세요!“
채 날이 밝기도 전에 내 귓가에서는 포장지를 뜯는 바스락 소리가 울렸다. 환히 웃고 있을 현주를 생각하며 나는 여전히 이불 속에서 행복에 젖어 있었다.
눈을 떠보니......
‘비밀 일기장’은 내 책상 위에 열쇠도 열리지 않은 채 놓여 있었고, 언니에게 “산타 선물 받았어?”라 물으며 “안 받았으면 내 선물 가져!”라 했단다.
그리고......
휴지통에는 현주가 곱게 썼던 엽서가 가위로 갈기갈기 찢어진 채 내동댕이쳐 있었다. 현주의 산타에 대한 꿈과 함께!
PS : 현주가 바라던 ‘비밀일기장’은 “열려라! 일기장~”하며 외치면 펼쳐볼 수 있는 것이란다. 에고.... 산타할아버지 하기도 정말 힘들다!
2009. 1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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