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eet home

아들의 생일...

묵향의 이야기 2010. 3. 10. 16:42

그래~ 3월 10일은 네가 태어난 날이지.

여의사 있는 곳을 찾아 동대문 이대 병원을 찾았던

너의 맘이 12시간의 극심한 고통 속에서

3월 10일 아침 8시 50분쯤

드디어 너를 세상에 모습을 드리우게 했던 날이다.

 

마냥 기뻤다.

그토록 손주를 안고 싶어하던 할아버지의 소망을

고추 달린 아들로 풀어 드렸고,

세상에 생명체로 존재해 있는 아빠의

존재감을 비로서 느끼게 했던

정말 행복했던 날이었다.

 

하지만 정말 너에게 많이 미안하구나.

숱한 세상의 경험들이 글로 이야기로 남아 있지만,

엄마나 아빠 모두 처음으로 헤쳐가야 하는 길이었기에

너에게 많은 부담과 상처를 안겨 주었던 것 같다.

 

우리 사람들이 굽어진 소나무를 더 찬미하는 이유는

모진 풍파를 겪어내면서 제 모습을 갖춰가는 그 인내에

찬사를 보내는 것일게다.

그러하듯

명섭이 또한 힘들고 어려웠던 어린 시절을 잘 이겨냈다.

그리고

이제는 어엿한 성년이 되어 네 스스로의 길을 잘 걷고 있다.

 

4.5초의 첫 휴가를 마치고 위병소 앞

연수원 주차장 앞에서 잠시 함께 있었지.

너의 저녁으로 마련했던 초밥을

빨리 아빠 드시라 하며 재촉하던,

어두운 길 과속하지 말며 천천히 가시라 하던,

우리의 아들 명섭이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얼마나 복귀하기 힘들기에 4.5초의 휴가라 했겠니?

하지만 아빠에게는 싫은 내색하지 않으며 당당히

위병소 경계선을 넘어 가던 너의 모습이 또렷이 남아 있다.

 

너를 남겨두고 내산리 마지막 버스정류장에서

네가 남겨준 초밥을 아빠 목에 넘기면서 목이 막히고 말았다.

어이 그토록 내산리와 동막골 호젓한 길이 멀고도 먼 것인지

아빠는 앞을 내다보면서도 깊은 심연 속에 빠지고 말았다.

 

나에게 사랑하는 가족..엄마 현수 현지 현주있지만

그 길을 내달리는 아빠는 혼자일 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곁에 너를 생각해주는 이들이 있다 할지라도

삶은 너 홀로 열어가야 하는 것이기에

너 홀로 있다 할지라도

어떤 시련도 무난히 극복해 나가며

일상에서 항상 기쁨 마음 많이 채워가는

그런 아들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현실의 만족에 안주하지 말기를 바란다.

내일의 기쁨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그 행복을 위해 오늘을 희생하는 그런 아들이길 바란다.

오늘의 만족이 하나이면

내일의 행복은 둘이 되는 것이니

부디 내일을 생각하고 준비해 가는 그런 아들이길 바란다.

 

월급 통장에서 돈을 뽑아

용돈 모음 통장으로 옮겨 달라던 오늘 너의 전화 대견하다.

그렇지만

돈 보다도 더 많이 모아야 할 것이 무척 많다.

내일!

내일 네가 자리해야 할 그 곳을 향해

오늘 버릴 것 버리고 모을 것 모아야 한다.

 

아무리 삶이 홀로 빈자리 헤쳐나가야 하는 것이라지만

가족 친구 그리고 인연의 엮임은 계속 이어져간다.

또한

지금 가까이 너에 곁에는 많은 이들이 있다.

너를 보살펴 주시고 계신 분들...

너를 감싸고 있는 선임들...

너의 뒷받침이 되고 있는 후임들...

네가 그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할 지

충분히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엄마가 아침에 얘기하더군.

미역국과 쌀밥 챙겨서 내산리로 가고 싶다고~

생일 축하한다.

생일 축하받고 싶어하는 아들이 참 고맙다.

현재 네 자리~

군인으로서 네 역할 충실하길 바란다.

후임으로써, 선임으로써 네 자리 잘 지키길 바란다.

내일을 향한 명섭!

내일을 위한 오늘의 너를 단련해 가는 아들!

 

할아버지 할머니가 이루어 놓은

여기 광주 농원은 눈꽃으로 가득 피어나 있다.

참 아름답구나.

내산리 계곡의 눈을 치우고 또 치워야 하는

엄마 아빠의 아들은 고생하겠지만

아빠는 세상을 순백으로 덮고 있는

눈꽃의 화사함에 눈이 멀어 있단다.

 

너의 생일

온 가족의 마음으로 축하하고

사월 십일 면회 가려는 날

대견한 아들 보는 날

그저 기다릴 뿐이다.

파이팅!

 

2010. 03.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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