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eet home

아들에게(현주 놀이터 사진)

묵향의 이야기 2010. 5. 8. 18:08

꽃들이 만개한 지금 명섭이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철쭉이 활짝 피는 오월 초에는 외가댁 그리고 고모네 식구들과

농원 잔디밭에서 한바탕 잔치를 벌이곤 했던 것 기억하겠지? 

하지만 올해는 지난 1일에 잔디밭에서 숯불을 피웠는데

호주에 간 이모네 가족, 외삼촌 그리고 여민이와 여국이

또한 네가 함께 있을 수 없었기에 무척 썰렁한 자리였단다.

다행히도 현주가 자기 친구 세 명을 불쑥 초대해서

너희들의 빈자리를 가득 채워주었지.

 

오늘 외박이 가능했다면 아마 지금 이 시간에 연천 어디에선가

어린 동생과 함께 놀아주고 있을 너를 바라보고 있었을 텐데,

21일로 미루게 된 것이 못내 아쉽기만 하구나.

난생 처음으로 가장 고된 유격훈련을 받았던 명섭이에게

하루라도 빨리 맛난 음식을 먹여주고 싶어 하는 엄마의 마음 때문에

내일 잠시라도 면회 가겠다 하던 이야기에

"힘들게 오시지 말고 다음에 뵈요!"라 하던 명섭이가 대견스럽기만 하구나.

 

봄이 오면 사람들은 마음을 설레게 되지~!

새싹이 돋고 꽃이 피고 새잎들이 운동회 하듯 돋아 오르기에,

새롭게 펼쳐지는 세상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슴이 뛰곤 한단다.

아빠도 하루하루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서는 새싹 풀잎 꽃잎을

마주하는 기쁨으로 얼마간의 산책길을 매일 걷곤 한단다,

 

스물 한번째 생일을 두 달 전에 보낸 명섭이는 사계절 중 어느 계절일까?

바로 봄이란다. 이제 막 꽃잎을 펼치는 계절을 맞은 것이란다.

네가 아빠 나이 때쯤 되면 열매의 결실을 얻는 가을을 맞이하겠지.

하지만 꽃 피워야 할 계절에 제대로 꽃을 피우지 못한다면,

결코 제대로 된 결실을 얻지 못하게 될 것이다.

 

봄바람은 거세다. 봄비는 여린 꽃잎을 떨구어 버린다.

아빠 엄마는 그저 바라만 볼 수밖에 없다.

그 바람과 빗방울에서 버텨내야 하는 것은 바로 네 몫이다.

바로 명섭이 네 자신이 꽃잎을 피워야 하는 것이고,

어떤 꽃잎을 피우냐에 따라서 가을날의 결실이 달라지는 것일게다.

 

내일은 현실의 디딤돌을 밟아야 한다.

그 디딤돌이 굳건할 때 비로써 다음 디딤돌을 밟을 수 있는 것이다.

너의 현재는 무엇인가?

네 자리 네 역할이다.

항상 살아가면서 자기 채찍질이 필요한 것이란다.

그저 편히 안주하고 눈감고 회피하려 하지 말아라.

 

너의 부대에세 네가 할 일들이 어떤 것인지는

아빠는 희미하게 밖에 알 수 없지만,

명섭이 네가 윗 사람에게서 사랑받고

아래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게 된다면,

너는 현재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것이고,

훗날 아름다운 결실을 얻게 되는 것이다.

어찌해야 하는 것인지는 명섭이

네 스스로 충분히 알 수 있을거다.

 

"군에 간 내 아들아, 보아라"라는 광고를 스크랩해놨다.

'뉴스위크 한국판 군인할인' 혜택이란 광고였는데,

아빠가 곧 신청할테니 선후배들과 함께

세상을 열심히 엿보며 내일을 준비하기 바란다.

 

하나밖에 없는 명섭!

내 아들아~!

너의 멋진 내일의 삶을 희망하며

너와의 행복한 외박의 날을 기다리며

한 분밖에 안 계신 외할머니를 찾아 뵈련다.

항상 기쁜 마음으로 지내길 바라며 마무리 한다.

 

2010. 05.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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