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암울함 속의 희망 2014년 4월 29일

묵향의 이야기 2017. 8. 13. 18:56

우울함을 넘어 비통한 통곡의 소리와 함께

지루한 봄비가 찢어진 가슴을 타고 흘러 내렸다.

하지만 비록 먹구름 가득한 저녁 하늘에도

한 줄기 석양빛은 스며들고 있었다.

 

까까머리 중학교 시절 미술 교과서에서 봤던,

온 종일 비 온 뒤 비로서 평온을 찾아가는

분주한 저녁거리의 풍경이 떠오른다.

 

그 추억을 쫓아 하늘아래정원으로 향한다.

생존의 빛을 향해 두 팔을 벌리던 꽃잎과 풀잎은

어둠으로 안식의 이불을 덮으려하고 있다.

 

화사하게 시작했지만 잔인하게 변해버린 사월의 초순

새로이 만든 화단에 흙을 고르고 뿌린 씨앗과

짓궂게 이름 붙여진 야생화 모종을 둘러본다.

 

한 잎 새 싹 밟힐세라 까치발로 내딛는다.

불과 사흘 전에는 영원히 땅 속에 갇혀버린 듯하더니

이 놈 저 놈 쌍떡잎을 떡하니 벌리며 달음박질을 시작했다.

 

암울한 소식에 둘러싸인 내 영혼을 더 깊숙이 젖게 했던

사흘 동안의 통곡의 봄비는 세상 이야기를 모르는 듯,

저 편 세상의 씨앗을 틔우고 불쑥 풀잎을 키웠던 것이다.

 

2014. 4.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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