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함을 넘어 비통한 통곡의 소리와 함께
지루한 봄비가 찢어진 가슴을 타고 흘러 내렸다.
하지만 비록 먹구름 가득한 저녁 하늘에도
한 줄기 석양빛은 스며들고 있었다.
까까머리 중학교 시절 미술 교과서에서 봤던,
온 종일 비 온 뒤 비로서 평온을 찾아가는
분주한 저녁거리의 풍경이 떠오른다.
그 추억을 쫓아 하늘아래정원으로 향한다.
생존의 빛을 향해 두 팔을 벌리던 꽃잎과 풀잎은
어둠으로 안식의 이불을 덮으려하고 있다.
화사하게 시작했지만 잔인하게 변해버린 사월의 초순
새로이 만든 화단에 흙을 고르고 뿌린 씨앗과
짓궂게 이름 붙여진 야생화 모종을 둘러본다.
한 잎 새 싹 밟힐세라 까치발로 내딛는다.
불과 사흘 전에는 영원히 땅 속에 갇혀버린 듯하더니
이 놈 저 놈 쌍떡잎을 떡하니 벌리며 달음박질을 시작했다.
암울한 소식에 둘러싸인 내 영혼을 더 깊숙이 젖게 했던
사흘 동안의 통곡의 봄비는 세상 이야기를 모르는 듯,
저 편 세상의 씨앗을 틔우고 불쑥 풀잎을 키웠던 것이다.
2014. 4.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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