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가서 혈압계에 팔뚝을 넣어보니 121/66 정상이었다. 예약시간보다 너무
빨리 도착했기에, 진료실 앞의 여사원에게 오지 않은 분이 있으면 대신 진료를
받게 해 달라고 청하니, 내 예약증의 이름과 예약시간에 눈길도 주지도 않은 채
앞의 자리에 앉아 ‘잠시’ 기다리라고 했다.
대기자 명단에도 없는 몇 사람들이 들락거렸지만 나의 예약시간은 오지 않아서
꾹꾹 참고 있으니, 내 차례가 거의 다 되어 ‘20분 지연’ 안내문이 문짝에 걸렸다.
새치기 당하며 그 자리에서 50분을 기다렸는데 또다시 20분을?
드디어 나의 예약시각 9시 30분!
허술한 압력 밥솥의 뚜껑이 한 순간에 공중으로 솟아오르듯 내 머리 뚜껑이 천장을
향해 올라가 버렸다. 펄펄 끓는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잠시 나갔다가 되돌아오며
혈압을 다시 측정하니 166/111~ 완전 고혈압!
열 내지 말아야지! 열 내지 말아야지!
이열치열이라고 했던가? 열을 다스리기 위해 나는 내일 그늘 하나 없는 사막으로
떠난다. 유월에는 부탄, 칠월에는 바다자린 사막! 그래 삶은 어차피 여행이라
했겠다.
주체 못할 열에 차라리 심장이 터져버리면 행복이련만, 그 열에 머릿속이
헝클어지면 최악의 불행일 테니 열을 다스리는 수밖에.
더운 여름날 우리 모두 열 내지 맙시다!
2017. 7. 6.
사막 출사 여행을 하루 앞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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