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아래정원에는 30여 년 전에 뽕나무와 밤나무들이 뽑히고 심어졌던 벚나무
단풍나무 등등이 세월을 먹고 자라서 이제는 도심 속의 작은 숲을 이루고 있다.
꽃향기를 찾아온 벌과 나비들이 노닐고, 작은 개울에서 목을 축이려고 찾아 든
새들이 목욕까지 하고, 집에서 쫓겨난 고양이들이 보금자리를 트고 있다.
토끼 닭도 한가로이 노니는 동물농장으로 만들고 싶지만, 한없이 불어나는 들
고양이들 때문에 장식용 사슴 양 꼬끼오 꿀꿀이 개구리 등 여린 벗들을 채웠고,
그들이 심심할까봐 오케스트라 연주자들도 모셔왔다.
그러나 어느 날인가부터 평화롭던 이곳은 흉포한 물까치의 아수라장이 되어
버렸다. 그 전에도 직박구리 떼가 여기를 점령해서 사랑놀이한다고 커다란
통유리 창에 머리를 박고 땅바닥에 쳐 박고는 했지만, 그 때는 나비와 벌
그리고 작은 새들이 미소를 머금으며 찾아왔다. 그리고 들 고양이도 잔디밭
개울가 양지바른 곳에 축 늘어져 봄 햇빛을 쐬곤 했다.
하지만 벌써 몇 해 전부터 자리를 잡아 버린 물까치 떼는 그 자리에 새끼가
새끼를 낳고는 하늘아래정원에 오르려는 내게 ‘까악~ 까악~’ 울어대며 위협을
가하고, 나무 그늘 의자에 앉아 커피 향기를 즐기고 있는 내게 위협적으로
달려들곤 한다. 그들의 협박에 들 고양이조차 이제는 개울가에 접근을 하지
못하고 있다. 오늘은 꽃을 찾아 날아오던 나비가 물까치 입에 낚이는 것까지
봐야만 했다.
어느 날인가 새총을 몇 개 구입해서 나를 협박하는 그 놈들에게 본 떼 보여
주려고 작은 돌멩이들을 날려보지만 번번이 빗나가고, 기다란 대나무로 위협도
해 봐도 그들은 이곳을 떠날 생각을 안 한다. 그들에게 어찌 분풀이를 할 수
있을까?
하늘의 보살핌인가? 드디어 오늘 내게 그 기회가 왔다. 내 귓가를 스치고 지나친
그 놈을 혼내 주려고 나는 긴 대나무를 들고 그들의 아기들이 있는 보금자리를
배회하는데, 나무 아래에서 ‘짹짹’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제대로 날지도
못하는 물까치 아기 새가 땅바닥에 주저앉아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던 것이다.
“나를 괴롭히면 너희들도 이렇게 당한다.”는 것을 보여 주려고 그 작은 새를
포획(?)해서 틀에 가두어 보란 듯이 내 놓았더니, 온 동네 물까치들이 몰려들어
난리를 친다. 몇 몇 놈은 내게 달려들기까지 한다. “자기들이 어찌할 거야!”라며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니, 결국 가족 새들만 남아 이리저리 날며 어쩔 줄 몰라 한다.
살짝 아기 새에게 다가서니 움쩍달싹 안한다. “아~ 너무 두려워서 기절해 버렸나
보다.” 틀에서 꺼내주니 안간힘을 다해 퍼덕퍼덕 서툰 날갯짓을 하며 풀 속으로
몸을 감춘다. 그래도 여전히 어미 새는 내 머리 바로 위에서 내게 위협을 가하고
있다.
불쑥 “들 고양이도 분풀이한다고 아기 새를 채 가면 어쩌나!”라는 생각이 스쳐간다.
하지만 내가 품어 줄 수도 없는 것이고, 멀리 날아가라고 하늘로 띄어 보낼 수도
없지 않은가? 그저 나는 바라만 보고 있어야 했다. 그럴 때 아기 새는 마지막 힘을
다해 파닥파닥 날갯짓을 하며 더 깊은 풀 속으로 숨어 버렸다. 어미 새는 아기를
쫓아 내 곁에서 떠나가고.
어둠이 찾아오고 있는데 아직도 물까치들의 합창소리는 여전하다. “Good Night”
저녁인사를 나누고 있나 보다. 이제는 호랑나비가 하늘하늘 꽃을 찾아다니는 것도
보고 싶고, 작은 새들도 편히 개울에서 물을 툴 툴 털어내는 것도 보고 싶다. 더
이상 의자를 더럽히는 새똥을 치우기도 싫다. 이제는 물까치들과 더 이상 동거하고
싶지 않다. 어찌해야 하나?
2017년 6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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