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전 해공 선생님 추모제 참석 후, 오후에는 장모 누나 여동생 가족들과 잔디밭에서 삼겹살 모임을 가졌죠. 손님이나 벗들과의 모임과는 달리 내가 음식 준비를 하지 않아 편했고, 전복 새우구이도 맛볼 수 있어 좋았지요.
2년 차이의 사촌동생과 뛰놀던 막내가 아빠를 급히 불렀어요. 새장의 아기새가 있다며! 2년 전에 새집 두 개를 만들어 임대를 놓았는데, 그동안 계속 빈 집으로 있다가 드디어 올봄에 참새 비슷한 작은 새가 들락날락거리는 모습을 보게 되었죠.
어쩌면 아기새를 볼 수 있을 것이라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는데, 미처 눈도 뜨지 못한 채 엄마의 먹이를 먼저 받아먹으려고 입을 쫙 벌리며 경쟁하듯 고개 내미는 다섯 마리의 아기새들을 마주하게 된 것이에요.
우리 가족들 때문에 몇 시간 동안 아기들을 찾아가지 못했던 엄마새가 혹시 멀리 날아가 버렸으면 어쩌나 걱정되네요. 그리고 아저씨의 못된 관심에 엄마인 줄 알고 여러 번 고개를 빠끔 내밀며 입을 쫙쫙 벌리던 아기새들이 얼마나 힘들고 배고팠을까 생각해 보면 그저 미안할 뿐입니다.
그래서 내일은 꽃을 찾아 날아든 벌들을 잡아 날개를 떼어내어 새집 앞에 놓아둘까 했지만, 그 또한 벌들에게는 커다란 고통을 내게는 안쓰러움을 남기게 될까봐, 제발 아기새들에게 전해지길 바라며 말 없는 스팸을 으깨어 새집 앞에 놓아야겠습니다.
어제는 우리들 가족의 행복 때문에 작은 새의 가족들을 못살게 굴었던 날이었습니다.
140505 아기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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