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따라 길 따라

부탄을 향해 떠나며 2017년 6월

묵향의 이야기 2021. 7. 29. 08:39

청소년들이 부탄가스를 마셨다는 기사를 이전에 종종 본 적이 있다. 아마도 그것에는 행복한 기분을 안겨주는 무엇인가 있나 보다. 하기야 부탄가스가 스스로 태우며 뿜어주는 불볕에 내 마음속까지 따뜻하여 겨우내 부탄가스를 곁에 두고 지내고 있으니 기쁨의 원소가 가득한 가 보다.

 

어느 때인가부터 나는 미소를 잃어 버렸다. 길을 가다가 스치는 작은 것에서도 아름다움을 느끼곤 했지만, 이제는 삼라만상에 인상을 찌푸리고 지내니 지옥이 따로 없다. 벗들은 내가 세상 편하게 지내고 있다고 하지만, 내 마음에 스스로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으니 삶이 고단할 수밖에.

 

생에 애착은 없지만, 내 얼굴에 찌푸리는 눈살보다는 미소 가득한 눈빛이 있어야 나의 아이들의 마음에도 밝은 빛으로 채워질 테니 더 이상 이렇게 지낼 수는 없다. 마침 부탄 여행에 동참하기를 청하는 벗이 있기에 행복지수가 최고라는 부탄으로 모레 밤에 떠난다. 나도 부탄가스를 마시고 행복해져 볼까 해서 떠난다.

 

하지만 새로운 곳에 발길을 내딛었어도 돌아오면 ‘도로아미타불’이 되는 것을 숱하게 겪었으니 변화의 기대는 품지 못하고, 부탄 사람들이 왜 행복하다는 것인지 둘러보고 와야겠다. 그런데 둘째 날 나 혼자 10시간의 하이킹을 별도로 신청해 놨는데, 행복의 부탄가스 마시기가 아니라 고통의 일정으로 점철되리라!

 

2017년 6월 10일 오후 8: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