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따라 길 따라

바단지린 그리고 부탄을 다녀와서

묵향의 이야기 2021. 7. 29. 09:42

흘러가는 물은 잠시 가둬 놓을 수 있다지만, 가는 세월은 붙들어 놓을 수가 없다. 입추가 지나서인지 희미하게나마 가을의 손길이 느껴지고 있다.

 

별빛을 담으려고 찾아갔던 내몽고의 바단지린 사막에서 칠월을 보냈고, 행복으로 어찌 채울 수 있는지 알고 싶어 갔던 부탄에서 유월을 보냈다.

 

그러나 은하수에 마음을 담고 팠던 그곳 하늘에는 먹구름만 가득했고, 저 멀리 어디에선가 내리꽂는 번개가 별빛을 대신해 줬다.

 

행복의 부탄가스가 가득하리라 생각했던 그곳의 깊은 협곡은 체념의 행복이었음을 먼저 알려 주었다. 순응의 행복일까? 아니면 국왕에 대한 신뢰의 행복일까?

 

사막의 바람은 거세었다. 솟구쳐 올라오는 모래알들은 비닐로 뒤집어씌운 카메라를 괴롭혔지만, 실오라기 걸치지 않은 여 인같은 사막의 살결을 살포시 훔쳐 볼 수 있었다.

 

도심과 산골 담장 위에 꽂혀 있는 유리조각이 행복의 조건을 넘보려 했던 내 가슴에도 핏자국을 남겼지만, 그나마 느림의 미소를 볼 수 있어 위안이 되었다.

 

팔월이다. 나는 다시 여행을 시작했다. 십 이년 전부터 모아놓았던 수많은 사진들 속에서 추억을 반추하고 있다. 여름이 가기 전에 나의 블러그를 채우리라!

 

2017년 8월 9일 오후 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