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eet home

다시 찾은 제주도...

묵향의 이야기 2007. 3. 17. 14:59
 

   12년 전 첫날밤엔,

  하루만이라도 제주도 구경하고서 병원에 실려 가겠다며

  봐 달라는 신부를 원망하면서, 나는 냉장고 속 값비싼

  양주를 꺼내 마시고 그냥 잤다.

    12년 지난 뒤 제주 여행 첫날밤도, 달랑 들고 왔던 짐 대신에

  딸려 온 통이와 술희 녀석들 성화에 그냥 잤다.


    지난 기억 되살리며 그 장소에서 사진 남기려 했다.

  "잠깐만 비켜 주세요.  아가씨!" 하며 들려 오던 것은

  "아줌마 비켜요!" 라는 험상궂은 목소리로 바뀌었다.


    모래 백사장에서 영화의 한 장면 처럼 신부를 안고

  한껏 돌려 주던 파릇한 신랑은, 아내를 힘겹게 안고서

  쩔쩔대며 간신히 버티고 있는 맥빠진 아저씨로 바뀌었다.


    서귀포 허니문하우스에 있는 작은 돌 하나 -

  "살살 어루 만지면 커지는 돌이니 살짝 안고 미소 지으라"던

  기사 아저씨 말에 12년 전 신부는 덥썩 그 돌을 껴 안았었다.

  12년 지난 그 돌 앞에서 아내는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려 버린다.


   000304

'sweet hom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쿼미시에서 딸에게  (0) 2007.03.17
밴쿠버에서 아내에게..  (0) 2007.03.17
팔일 후에....  (0) 2007.03.17
비석 앞에서  (0) 2007.03.17
사십구제  (0) 2007.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