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eet home

스쿼미시에서 딸에게

묵향의 이야기 2007. 3. 17. 15:01
 

    보고 싶은 현지~


  언제나 발랄하고 명랑하고 새침때기인 현지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현지의 사진을 갖고 오지 못한 것이 무척 아쉽지만, 너의 귀엽고 총명한 모습이 눈에 선하구나.  또한 심술꾸러기가 되어서 씩씩거리며 아빠에게 주먹을 휘두르던 모습도 선하고.

 잘 지내고 있겠지?  포근한 엄마 품에서.  아빠와 함께 있는 오빠는 무척 불만이란다.  엄마와 함께 있었으면 아팠던 몸살도 빨리 날 수 있을거라 하고 맛있는 음식도 만들어 주었을거라 아빠에게 큰 불평을 늘어 놓는단다.  하지만 오빠가 얼마나 어른 처럼 잘 하고 있는지 아니?  한국말을 하는 사람이 없는 맥도날드 집에 가서 혼자서 영어로 말하며 햄버거도 시키고 아빠 가 먹을 것도 챙겨 주고.  역시 오빠는 생각도 깊고 마음도 무척 따뜻한 아빠 엄마의 아들 그리고 현지의 오빠란단다. 

  이곳은 참 아름다운 곳이란다.  우리집이 있는 그 곳도 아름다운 곳이지만, 여기 카나다 밴쿠버도 정말 아름다운 곳이란다.  아마도 현지와 오빠 그리고 엄마 아빠가 함께 살게 된다면, 항상 기쁨으로 가득할  것 같구나.  물론 여기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서울에서도 행복이 가득 피어나는 곳으로 가꿀 수 있겠지만, 너희들이 머물며 살게 하고 싶은 곳이 이곳이란다.  하지만 너희를 여기 카나다 사람으로 남기고 싶지는 않구나.  아빠 엄마의 욕심일지는 몰라도, 힘들고 어렵더라도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아빠 엄마가 살던 곳에 머물게 하고 싶단다.  물론 현지가 훗날 너의 선택으로 새로운 세계를 택한다면 인정해 주겠지만.

  현지와 떨어져서 여기에 온지도 벌써 많은 날이 지나고, 이제 두 주 뒤에는 현지의 모습을 보게 될거야.  방학 동안 아빠가 함께 놀아 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하지만, 내년에는 엄마하고 현지하고 방학 때 좋은 곳으로 여행을 하자구나.  오빠가 너를 무척 보고 싶어하는구나.  함께 있을 때는 종종 싸우기도 하더니...  현지도 오빠와 아빠를 보고 싶겠지?

  오늘은 오후에 오빠하고 휘슬러라는 곳에 간단다.  정말 예쁜 곳이라고들 말하니, 무척 마음이 설렌단다.  거기서 현지에게 줄 예쁜 선물을 사야지...

  지금은 현지가 잠들어 있을 시간이구나.  항상 고운 꿈을 꾸고 있겠지?  언제가 ‘맑게 바르게 슬기롭게’ 생활하는 현지가 되길 바란단다. 

  참~  현지가 아빠를 오랜만에 만나면 뽀뽀를 해 줄래나?  보고 싶구나!

그럼 엄마하고 즐거운 시간 많이 많이 가길 바라고 안녕~

                         2000년  8월 10일 스쿼미시에서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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