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벽면 전체가 유리로 된 사무실에 앉아 서편 하늘을 바라 보고 있습니다. 어둠은 시나브로 찾아 오고 있지만, 깊은 구름이 겹겹이 쌓여 있는 모습이 나의 마음을 하늘에 그려 놓은 것 같습니다. 바람결에 구름 풀어 흩트려 버리면 미소를 머금게 하는 하늘을 바라 볼 수 있겠지만, 진실을 향해 마음 한번 여는 것이 그리도 어려워 온갖 세상의 고뇌와 번민을 나의 가슴에 담고 있다고 스스로를 얽매고 있습니다.
지난 여름 한 달이 넘는 긴 카나다 여행도 추억으로 남기게 되었습니다. 어머니 아버지를 작년 올해 여의고서 홀로 서 있는 가장이 되어 추석 명절도 이끌었습니다. 아들과의 여정에 의미만 남겼을 뿐, 마음 속 새로운 세계로의 발걸음은 내딛질 못했습니다. 당신들 손주들의 추억을 위하여 폭죽놀이와 캠프파이어도 예쁘게 만들어 주었지만, 나에게 커다란 나무가 되어 주셨던 당신들의 빈 자리는 추석 명절에도 확연히 드러나, 피하고 싶은 거센 폭풍우들이 내게 몰아쳐 왔습니다.
태풍이 오고 있습니다. 42해를 살아 온 날들 속에서 맑게 개인 하늘이 되어 따스한 눈빛으로 세상을 비추기 보다는, 거센 바람결에 하늘도 놀라 스스로를 감추듯이 검은 구름으로 가득 가득 하늘을 드리웠던 날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어김없이 마흔두번째 가을은 찾아 왔습니다. 한 여름의 시련을 뒤로 하고 찾아 온 계절이기 때문인가요? 언제나 가을은 나의 가슴을 휘젓곤 합니다. 비록 비바람 치는 날일지라도, 내게 깊이 새겨진 그 하늘 그 햇살을 그리고 싶습니다. 그 가을이 지나면 또 다시 피 멍 뒤의 쓰라림이 찾아 온다 해도, 눈을 감게 되는 순간 떠 올릴 수 있는 기억으로 찌푸리게 하는 어둠 보다는 미소짓게 하는 밝음을 쫓을 때, 나의 또 다른 삶의 운명이 펼쳐질테니까요.
어느날 느꼈던 가을의 평화와 행복이 모든 이의 가슴에 찾아 들기를 바랄 뿐입니다. 풍요와 평온이 찾아 드는 가을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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