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eet home

못다 쓴 편지

묵향의 이야기 2007. 3. 17. 15:02
 

  아름다운 곳입니다.  당신의 고향 가을 하늘 마냥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평화롭습니다.  내년에는 수연이와 현수 현지 그리고 여민이와 함께 두달 가량 이곳에 다시 찾으려 합니다.  당신의 셋째 손주가 태어 나지 않는다면...  당신이 머물렀던 그리고 우리가 발을 내딛고 있는 그곳 땅 위에서도 평화와 행복을 찾고 가꿀 수 있겠지만, 아이들에게 다른 세상을 자주 보여 주기 위해서도 그러하고, 일상의 틀에서 벗어나기 너무나도 힘든 나날들을 털고서 지금 바로 이 시절에 가꾸어야 할 당신의 핏줄들의 행복한 그림을 남겨 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당신 손을 잡고 미아리 시장에서 꽁치도 사고 순대도 샀던 그런 추억 처럼...

  이 모든 것은 당신이 남겨 주신 은혜 때문입니다.  어머니와 함께 나에게 우리에게 생명을 주셨고 영혼을 안겨 주셨고 양육의 정성을 쏟아 주셨고 바른 삶의 길을 알려 주셨으며 당신들의 뒤를 이어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셨으며 생활의 틀에 여유를 넓혀 주셨습니다.  그리고...  저 건너 세상으로 떠나시면서는 저희들에게 삶의 자유를 베풀어 주셨습니다.  하늘을 날고 있는 새들 처럼...  진정 당신들께 감사 드립니다.  나의 바른 길은 당신들이 가꾸어 놓으셨던 길이고 나의 삶의 여유는 당신들이 남겨 주신 것이라는 것 깊이 새기고 있습니다.  결코 헛된 길은 걷지 않으려 노력하렵니다.  그런데...

  어디로 가신건가요?  언덕 넘어 가시는 모습은 지켜 보았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마지막  눈망울이라는 것을 느끼며 당신들의 눈빛을 마주하지는 못하였습니다.  그저 뒷모습만을 지켜 보아야 했습니다.  그 언덕을 넘어 가셔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저희 또한 넘어야 할 고개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들은 그곳에 계시고 나는 이곳에 있기에 답답할 뿐입니다.  또한 그립습니다.  어디서 무엇을 하고 계신건가요?  나무 그늘 아래서 저희를 기다리고 계신가요?  두 분이 함께?  너무나도 눈에 선합니다

.  지금이라도 당신의 손을 잡을 수 있을 것 같고, 지금이라도 무섭기만 한 아버지의 표정을 그리고 저희들의 편안을 안스럽게 기원하시는 어머니의 모습을 그릴 수 있습니다.  어디에 계신건가요?

                                             2000년   8월   5일   스쿼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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