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닭이 울고 있습니다. 먼 동이 트기도 전에
9개월된 공주가 나의 살결에 자기의 얼굴을 비벼대며
‘심심하니까 놀아 달라’며 아빠의 잠을 깨웠습니다.
새 기저귀를 갖고 와, 밤새 축축해 있었을 아기의 다리
사이를 뽀송이 말려 주기 위해 바람결 일으켜 부채질
해 주고는, 분유 8 스푼에 따스한 물 160 cc를 담아
눈길을 마주하며 아기 입에 물려 주었습니다.
오늘 아침에 찾아 온다는 불청객 손님과의 담판을
근심하며 엄마 품으로 굴러가 다시 잠들어 있는 아기의
어슴프레한 모습을 보고는, 어둠이 가시기 시작한
새벽 길을 내달아 나의 성(사무실)에 다다랐습니다.
지난 7월은 정말 쏜살같이 달아난 한 달이었습니다.
5일 간의 일본 여행, 처음으로 주최한 이사회와 총회
그리고 단합대회, 매년 반복되는 일정이지만 속초로의
휴가..... 또한 앞으로 한동안 나를 괴롭힐 토지 매매
관련된 복잡한 책략과 송사 등이 잘 풀릴 것이라는
기대를 걷어 제치고 내게 닥쳐 왔습니다.
이렇듯 시간은 흘러 가겠지요. 잔잔한 호수에
가벼운 바람결도 일어 날터이고, 때로는 거센 바람결에
굳게 뿌리 내린 큰 나무도 흔들거리겠죠. 마주하고
있는 일상에서 행복을 찾아 보려 하지만, 자신을 다스림이
너무나도 부족하기에 먼 곳에서 기쁨을 찾으려고만 합니다.
고개 돌려 머물던 곳의 작은 사랑들을 키워가야 하겠지만,
너무나도 크게 비어 버린 내 가슴은 결코 더 이상 생각
할 수 없는 그 날까지 무지개를 찾아 나설 것만 같습니다.
결코 곁으로 다가 설 수 없는 그 언덕 위 무지개이지만,
그래도 그곳을 향할 때는 설레임과 행복이 있었습니다.
02.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