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복 이차선의 시골길을 달린다. 이쪽 차선은 차들이 쉴 틈 없이
기어가고 있고, 저쪽은 간간이 빠른 속도로 돌진해 온다. 반대편
차선 가운데서 두리번거리며 서 있던 강아지 한 마리가 쏜살같이
달려오는 차 소리에 놀라 건너편 길가로 내달음 친다. 그리고는
또다시 차선 가운데를 향해 몇 걸음 내딛는다. 두리번거리며.....
날은 어두워 가는데 그 강아지는 집으로 돌아 갔을까? 잠시
멈춰 서 줄걸......
농장 차고 옆에 아기 토끼 세 마리의 보금자리가 있었다.
차를 향해 내딛는 주인 집 아저씨의 발걸음에 놀라 어쩔 줄
모르곤 했었다. 어느 날 하얀 아기 토끼 한 마리가 탈출해
버렸다. 엄마 찾아 간다고 먹이를 주기 위해 열어 놓았던
윗 쪽 문을 박차고 나온 모양이다. 닭장 옆에서 풀을 뜯던
모습이 마지막이었다. 아마도 들고양이에게 물려가 버렸나 보다.
소파 팔걸이에 포도송이 접시를 올려 놓고 부지런히 손을
나의 입으로 움직였다. 흘러내린 안경 너머로 나의 눈동자는
TV 뉴스에 고정되어 있다. 거실 바닥에 있던 9 개월 된 아기는
아빠 무릎에 오르려 뒷굼치를 들어올린 채 ‘아뿌 아푸 아부’
하며 나의 다리에 매달려 있다. 바닥 난 접시에서 몇 알갱이
찾아보려 몸을 뒤척일 때, 그만 아기는 뒤로 발라당 넘어지고
말았다. 그리고는 무심한 아빠를 원망하며 아기는 한없이
울어댄다.
비틀거리는 세상에 맞춰 살기 위해 비틀거리며 현관으로
들어 왔다. 거실 바닥에 제각기 누워 있는 엄마 오빠 언니
다리 사이에서 아기가 기어 나와 빠꼼이 아빠의 얼굴을
바라본다. 잠결의 아내가 말한다. 다른 아기들과는 달리
막내 아기는 엄마 소리 보다 아빠 소리를 먼저 했다며
볼 멘 소리를 한다. 아마도 늙은 아빠를 둔 아기가
술과 담배로 찌들어 가는 아빠와의 빠른 이별이 아쉬워
부지런히 불러 보나 보다. ‘아뿌.... 아빠...’
2002년 8월 27일
오늘 늦게 집을 나섰다. 방학을 마치고 어깨에 가방을 메고
한 손에는 신발주머니를 들고 힘겹게 언덕 길을 오르는
아이들 사이로 나의 애마 엑센트는 조심 조심 앞으로 향했다.
지난 봄 초등학교 등교길 가에 뿌려 놓았던 과꽃들이
해맑은 아이들의 얼굴과 함께 어우러져 가득하다.
나의 마음속에도 어릴 적 정원을 가득 메웠던 과꽃의
추억이 다시 피어났다. 또한 무심코 지나치는 아이들의
마음 한 구석에도 추억의 씨앗이 뿌려졌으리라.....
2002년 8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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