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eet home

발리를 다녀와서

묵향의 이야기 2007. 3. 17. 15:12
 

새로운 달력이 걸린 지 벌써 세 번의 토요일이 지나가 버렸습니다.

의미 없는 경계이지만, 지난 날을 돌아보고 내일을 설계해야 할 신년의 새 날들을 18명의 가족들과의 여행으로 지나쳐 버리고, 또다시 열흘의 시간을 흘러 보내고 말았습니다.


5년 전 부모님을 모시고 첫 해외 가족 여행을 떠나려 했으나, 건강이 좋지 않게 되었던 아버지와 병간을 위해 선친 곁에 머물기로 한 어머니 두 분을 남겨 놓은 채, 누나 여동생과 나의 식구들을 이끌고 태국으로 향했었습니다. 


즐거운 6일의 날들 보내고 짐도 풀지 않은 채 병원으로 모였던 우리 가족 앞에서, 병간의 피곤과 자식들이 돌아온 안심이 맞물려 어머니는 심장마비로 우리들 곁을 떠나 가버리셨습니다.  그리고 일년이 채 지나지 않아 아버지도 어머니를 따라 가셨고, 그 후 나는 장인이 안 계신 처가와 나의 남매 가족들 속에서는 가장의 자리를 맡아야 했고, 사회 생활에서는 아버지 당신이 떠나간 빈 자리를 채워 나가야 했습니다.


5년 만에 처가 처제 식구 그리고 나의 누나 여동생 가족들과의 발리 여행을 이끌게 되었습니다.  8개월 된 조카와 26개월 늦둥이 현주와 함께 했던 여정은 가족들에게 행복과 즐거운 추억을 안겨 주었습니다. 그러나 18명의 안전과 기쁨을 책임져야 했던 내게는 피곤했던 여행으로 남아 버렸습니다. 단지 영화 빠삐용이 촬영되었다는 바닷가 절벽을 배경으로 한 사진들 몇 장을 남긴 채......


그저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이 이어지는 날들일 뿐입니다.  그러나 이제 40대의 중반을 넘어서 버린 내게는 변화의 몸부림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오랜 동안 편함과 안주에 머물러 있던 내게는 지난해 시작한 작은 빌라 건축 사업이 일에 대한 기쁨을 안겨 주기에 너무나도 미미한 변화였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머물러 있을 수만도 없습니다. 


시간과 생활의 여유로 인해 그저 늘어지기만 하는 내게 삶의 행복을 안겨 주고 나 자신에 대한 미움을 떨치게 할 수 있는 것은 성취의 기쁨뿐입니다.  발길을 바삐 내딛어야만 합니다.


계획되어 있는 일들이 아마도 도태의 늪 속에 빠져 있는 나를 구해낼 것입니다. 그러하지 못한다면, 지금 가족의 가장으로의 역할 밖에 나의 존재의 의미가 없다고 믿고 있는 나 자신이 이 세상에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내년 이 때에는 컴 앞에 다시 앉아 있지 못할 것입니다.


나의 마음은 설레고 있습니다. 하나하나 매듭을 풀어가는 ‘일하는 나의 모습을 남겨야 할 것이고, 하나를 마무리 한 뒤 훌쩍 홀로 떠나는 배당 여행에서 새로운 세계를 바라보는 상념과 또한 이방인이 느끼는 고독을 처절히 나의 영혼에 담을 것입니다. 


올해는 진정 일과 여행을 즐기고 싶습니다.

또한 가정을 떠나 새로운 인연과의 아름다운 추억도 남기면서...

 

04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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