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한풀 꺾인 듯 나의 마음은 한숨 돌렸지만, 오늘 매미 요란하게 울어
대는 이 곳에서 느끼는 이 여름날의 무더위는 아직도 그 뜨더움을 식히고 있지
않다. 언젠가는 여기 농장에서 조용히 한 줄의 글을 쓰고 싶은 맘 가득했지만,
나조차 쓰기 싫은 만큼 알아보기 힘들 정도의 날필로 인해 지금까지 미루어
왔다. 하지만 이제 이 나의 노트북이 옆에 있는 한 어디서나 자신의 마음을 돌
아보고 싶을 때는 이렇듯 한 줄 한 줄 옮겨 갈 수 있으리라...
벌써 20년 넘게 눈에 익은 이곳이지만 세월의 흐름 속에서 그 모습은 많이도
변했다. 멀리 보이던 마을의 지붕도 세월의 흐름 속에서 이젠 바로 옆의 동네
지붕이 되어 버렸다. 꿀꿀이와 음메 송아지의 모습도 사라진지 오래고 이젠
울타리에만 갇힌 채 울어대는 오리의 울음소리만 농장의 모습을 간직할 뿐이다.
한적한 시골의 정경에서 이제는 도회지 뒷동산의 모습으로 바뀌어 버렸다.
부친의 인생의 한 발자취로서 그리고 나에게는 나의 삶을 편안하고 비교적
풍부하게 지내게 해준 이곳의 모습도 아마 올 겨울부터는 그 모습을 정녕 달리
하게 될게다. 비록 절반만 아파트로 개발된다 할지라도 나머지 풀과 나무들의
모습은 자연 속에 그 모습을 상실하고 말게다.
부모의 삶의 변화와 그리고 삼십년 넘게 함께 느끼며 살아온 터전의 모습은
늙어버린 부모님의 모습과 무한히도 즐길 수도 무한히도 무언가에 매진해 볼 수
도있는 나의 삶의 기회가 공존해 버린 하나의 공간이 되어 버렸다.
언젠가 나의 삶의 업적으로 정녕 자연 속의 하나의 공간을 나도 만들어 보고
싶다. 물이 흐르는 곳, 커다란 나무숲 속의 자그마한 빈터, 도회지의 바쁜
발걸음보다는 맑은 하늘을 한번 더 바라볼 수 있는 자그마한 세상을 만들어
보련다.
오늘 구름 사이로 비추어 지는 하늘의 모습은 유난히도 맑았다. 이제 이
무덥던 여름도 식어 가는가 보다. 늘어져 버린 나의 모습도 새롭게 하련다.
94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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