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물을 원하던 때가 엊그제였는데, 이제는 더운 물에 샤워를 하게 되었구나. 아침 출근길이나 밤늦은 시간 달려오는 퇴근길 차 속에서 바라보는 세계는 정녕 이제 그 지겨웠던 여름의 모습을 찾을 수 없고, 긴 잠에서 깨어나 세상을 맞이한 듯한 인간들의 바쁜 모습을 바라보게 한다.
가을의 모습을 바라봄에 한껏 마음은 여유로와지지만 사무실 그리고 집 형광등 아래서는 계절의 흐름을 역행하는 듯 오히려 삭막해짐을 느낀다. 때때로 찾아드는 이곳은 그 의미 퇴색되어 버렸고, 지난 두주 동안의 방황과 바쁜 행보는 생활의 리듬을 깨 버렸다.
파아란 가을 하늘과 아침 햇살을 받아 모습 드러내는 도심은 파아란 물감 듬뿍 묻혀 흰 도화지 위를 덮어 버렸음이다. 한 점 수채화일 뿐이다.
티없는 옥색 하늘 아래 성숙해 버린 숲 속 자그마한 모습 바라 보게 된다면 나는 또다시 커다란 렌즈 속에 그 모습 담으려 할 것이다. 아름답다 느끼는 것을 아름답게 표현하고 싶어함은 인간의 마음일게다.
어떠한 결과를 기대하지도 않으며 그리워할 수 있다면 그 순수함이 그 진실의 깊이를 더할 수 있음일게다. 가을에 편지를 띄운다고 했던가???
모든 것이 풍요롭게 느껴지는 이 가을날 나의 마음도 한껏 행복 속에 묻히고 싶다. 깊디 깊은 겨울밤 움추려 든다 할지라도... 그 무더운 날 모든 것을 망각 속에 덮어 버린다 할지라도...
그래도 뜨거운 햇살이다. 기대어 가을 바람 가을 하늘 바라볼 나무가 있다면... 파아란 가을날 푸른 마음 나의 마음에 가득하다면....
94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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