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언덕 위에 있던 모텔 카페 창가에서 넑은 강 위로 떨어지는 빗물을 바라 보면서, 낯 익은 클래식 선율과 함께 망연히 그저 흘러 가는 강물을 바라 보고 싶은 아침이다. 자동차 창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과 다소 고독한 그 곡은 그 옛날 사랑 이루지 못하는 이 앞에서 흘리던 그녀의 눈물을 생각나게 한다. 무엇하고 있을까?
나에게 가슴 설레게도 하고 고민 속에 빠지게 하기도 했던 그 비둘기 부부는 애써 만들어 놓은 비둘기 집을 마구 마구 망끄려 뜨렸던 나의 모습 어떠한 모습인지 보고 싶어 창가에서 그저 구구거리기만 하였다. 아량한 돈이란게 무엇인지 몇달 전에 설치했던 에어컨 송풍기가 망가질까봐 책상 옆 유리창가 송풍기 뒤에 만들었던 그 비둘기집을 어느날인가 나는 여지없이 허물어 버렸던 것이다.
가을이 오던 그날엔 비둘기의 울음 소리는 그리도 슬펐다. 하룻밤의 죄의식은 붙어있는 유리창을 깨내고 사무실 화초의 잎과 신문지 뭉치를 가지고 서투른 솜씨로 그 비둘기 집을 재건축(!)하여 주고 말게 했다. 작업하기 힘든 공간이라 그저 이불이나 깔아주고 바람 조금만 들라 하늘 조금 가려 주기만 했지만 그래도 그 놈들이 만들었던 보금자리 보다는 더 잘 지었다는 흐뭇함 속에 그 사랑 속에 빠져있던 비둘기 부부가 돌아 오길 바랬다.
원망스런 눈망울로 바라보던 그들은 몇번인가 둘러 보곤 다시 찾아왔다.
무어라 생각했을까? 고마워 했을까?
아침에 사무실 창문을 열면 아마도 여자일 듯한 좀 자그마한 비둘기는 둥지 속에서 홀로 외로움 속에 빠져 있고 좀 커다란 비둘기 녀석은 어딜 갔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다간 아침 나절 어느 때인가 휘 둘러 보고는 다시 가버리는 좀 큰 놈은 바람둥이인가 보다! 햇님이 하늘 높이 떠 있을 때면 둥지 속에 있는 그 자그마한 비둘기 놈도 어디론가 가버리고 만다. 어느 공원인가로 수다 떨러들 갔겠지!
여섯시 땡하기만을 기다리는 사무실 아가씨들의 망연한 모습 한번 보고 홀로 있는 창가 나의 책상에 앉아 하루의 무의미를 되새기다 보면 한껏 즐거운 모습으로 그 비둘기 부부는 9층 창가에 놓여 있는 그 송풍기 위에 가만히 내려 앉아 이웃 아저씨에게 구구거리며 인사를 한다. 반가운 마음에 창문을 열어 제끼라 치면, 그 놈들 부끄럽지도 않은지 날개짓하며 뽀뽀만 해댄다. 얼마나 좋을까? 뽀보하고 숫놈 암놈 위에 올라 타고 그리곤 또 뽀뽀하고 숫놈 암놈 위에 올라 타고... 그저 행복한지 앉아서 날개짓만 해댄다. 얼마나 좋을까?
어둠 깔린 사무실에 울려 흐르는 클래식 선율은 나의 고독 깊게 한다. 오늘도 어둠 깔린 그 둥지를 자그마한 비둘기 홀로 지키는지 살짝 열린 창문으로 고개 내밀면 그저 저녁 때의 그 행복이 채 깨지 않은 듯 둥지 속에서 편안함 속에 묻혀 있는 자그마한 비둘기의 모습 보게 된다. 그 큰 놈은 오늘도 어디론가 가버렸다. 행복 속에서 깨어나 한밤 홀로 둥지를 지키고 있는 자신의 모습 돌아 보게 될 때 그 자그마한 비둘기는 얼마나 슬플까? 나의 고독은 홀로 있는 그 비둘기의 모습을 가슴에 담게 하고 또다시 집으로 향하는 나의 자동차 속의 적막을 더하게 한다.
어느날인가부터 그 큰 비둘기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그 큰 놈 또다시 바람나 버린 것인가? 이 자그마한 비둘기 어디 아파 둥지 속에만 있는 것인가? 낮에 잠깐 왔다간 저녁 때 한번 사랑하고 가 버리는 그 큰 놈의 비둘기 몹쓸 놈! 그저 홀로 둥지 지키는 그 자그마한 비둘기만 애처럽다! 그녀의 마음도 이 자그마한 비둘기 마냥 애처럽기만 할까?
자그마한 비둘기 얼마나 배 고플까? 둥지를 떠나지 못함은 그 비둘기오기만을 기다림인가? 푸드득 소리와 함께 오랫만에 모습 보인 그 큰 놈 작은 둥지로 찾아 든다. 그 자그마한 비둘기 화 났음인지 어디론가 날라 가 버린다. 또 다시 오고 또 다시 날아가고...
함께 올 겨울 벗하기로 했음에 근처 가게에서 쪼리퐁 한 봉지 사다가 창틀 곁에 놓아 둔다. 둥지에만 있던 그 자그마한 비둘기 살포시 몇걸음 옮겨 허기진 배를 채운다. 그저 나의 비둘기에 대한 적선을 뿌듯함 속에 만끽하고자 고개 내밀며 비둘기 바라보곤 그 둥지를 바라본다.
야~! 그러할 수도 있으리란 생각했지만 눈에 들어 온 자그마한 하얀 비둘기 알은 나의 마음을 들뜨게 한다. 하나임을 아쉬워 할 때 그 큰 놈 어디선가 날라와 놓여 있는 쪼리퐁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둥지 속으로 조심스레 들어간다. 그리곤 살며시 주저 앉아 오랫만에 외출하는 자그마한 비둘기의 날개짓에 귀 기울이며 무언가 자그마한 알에게 들려 주는 듯 그저 구구거린다.
올겨울은 아기 비둘기의 모습 바라볼수 있을게다. 얼음 녹고 따스한 바 불 때면 아기 비둘기의 서투른 날개짓 볼 수 있을게다. 따스한 엄마 품 속에서 빨리 고개 내밀게 엄마 멀리가지 말라 쪼리퐁 더 사다 주어야겠다. 아기 비둘기에 줄 우유는 무엇이 좋을까? 아기 비둘기 춥지 않을까?
늦게 찾아 온 태풍과 함께 어제 가을 밤에는 빗물이 그 둥지를 몹시 어지럽혔던 모양이다. 그 자그마한 비둘기는 그만 빗물에 몹시 젖어 버렸고 밤새 아기 비둘기 지키려 애 썼음인지 몸 조차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있다. 지붕도 만들어 줄 것을... 빗물에 그 하얀 알이 젖어 버렸으면 어쩌나!
아기 비둘기 모습 보지 못하면 어쩌나!
94.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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