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밤 집으로 향하며 남산 터널을 지날 때 갑자기 느껴오는 인형의 느낌! 나의 육신은 그냥 운
전석에 앉혀진 인형일 뿐 - 나는 볼 수 있는 것 같았다. 두 손으로 핸들을 잡고 의자에 깊숙히 기
댄 채 차를 몰고 있는 인형의 모습을... 마치 나의 영혼이 나의 육신을 빠져 나가 운전하고 있는 어느 인형같은 인간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었다. 죽을 때가 되었나?????
한달 전 쯤인가 주말이면 달리던 길이었다. 늘상 그러하듯 무섭게 속도내며 달리던 중 갑자기 나의 존재가 사라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냥 핸들을 손에서 놓은 채 나를 실은 자동차란 물체는 그저 앞으로 달려가는 느낌이었다. 이러저리 지그재그 방향을 잃고 헤매이다가 범버카 마냥 오가는 차들과 부딪길 것만 같았다. 아무리 졸려도 달리던 중 길가에 세우지 않던 나도 그냥 달려서는 안된다
는 생각에 찻길가에 세우려 했지만 조금만 조금만하며 등 뒤에 식은 땀 맺힌채 자동차 바퀴를 계속
굴르게 했다. 차를 몰고 있는 나의 존재를 전혀 통제할 수 없는 영혼이 빠져 버린 육체였다. 그 길가 화장터에서 몇달전 친구의 아들의 영혼을 저 세상으로 보냈기 때문이었을까? 그 영혼이 이제야 그 꼬마의 아빠 친구를 보고 반가와 나를 불렀음인가? 아뭏은 사고와 정신의 부재 속의 운전이었다. 죽을 때가 되었나???
그냥 한 점 바람과 먼지가 될 육신이지만.... 한강과 팔당 유원지 그리고 아버지 고향 들녁이 보이는 높은 산 그 언덕에 뿌려지면 그 뿐이라는 생각이지만..... 그래도 혼자만의 삶이 아니기에 나의 존재가 필요한 그 싯점까지는 이 모습으로 존재해야 할텐데.... 커지면 자유인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었지만, 다 자라서 이제 어른이 되었지만 나는 지금 부모님의 아들로 있어야 하고...아직은 어린 꼬마들의 기둥 노릇은 좀더 해야 할 것 같고...
때때로 담배 연기에 찌든 나의 가슴 속을 생각하면 겁도 난다. 죽음 자체는 의미 없겠지만, 아직은 필요로 되는 나의 육신이 좀더 이 모습 지켜야 하겠기에....
어제는 운전석에 앉혀졌던 인형이었을 뿐이다.
94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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