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지난 밤에 주룩주룩 내리던 빗물은 나의 눈가를 감추어 줄수 있었기에 좋았다. 잔뜩흐리기만 한 오늘 아침은 일요일 아침이면 느끼던 삶의 평온을 앗아가 버린 것 같다. 지난밤 함을 힘들게 사서인지 피곤하기만 하다. 아침 6시 30분이면 집에서 나서서 밤 10시가 넘어서야 집에 돌아오곤 했던 지난 직장생활에서의 부지런함을 벌써 3개월 넘게 다 떨구어 버리고 마냥 풀어진 채 생활을 엮고 있다. 사무실 내면 다소나마 안정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되지만, 가슴 속에서 항상 뜨겁게 타오려 하는 그 열정을 제대로 풀수 있을런지...
일요일 아침에 천리안에 들어 올 때면 '사랑의 편지를 보내는 날'이란다. 그 흔하게 이야기하는
아가페적 사랑이라든지, 가족애 형제애 부부애라는 그런사랑의 의미인가? 그렇겠지! 하지만 언제
나 에로스적인 마음을 그리워하게 됨은 사람의 본성이자 나의 오랜 가슴 속의 그리움이다. 그러나
그 마음 쏟아 부을 수 있는 곳 잃어 버린지 이미 오래! 메말라가는 가슴을 촉촉히 적시고 싶지만
뜨겁게 내리 쪼이는 그 대지의 메말라 버림과 같이 그저 삭막해져만 가는 자신을 종종 느끼게 된다.
아니 느낌 그 자체도 잃어만 간다.
오늘 아침은 잔뜩 흐린 날씨 때문에 나의 마음도 무겁다. 몸도 무겁다. 느러지게 잠 한번 자고
싶은데... 어느날인가 어느 산 위에 한 점 바람이 되어 있을 나의 먼 훗날을 생각하게 된다. 비로서
그때 가서야 쉼을 얻을 수있을 것 같다.
시계 바늘은 나를 쫓기게 한다. 94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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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 빛이 창가를 스미는 어느 봄날의 밤 - 문을 열고 한 발자욱 내딛고선 나의 영혼과 육신이 떨어져 나감을 느낄 수 있었다. 달빛 타고 흘러내리는 바람 마냥 나의 영혼은 커다란 나뭇잎 아래서 고요히 떠다니고 있었다. 무릉도원이라 했던가? 형용할 수 없는 생의 찬미를 느끼며 아카시아 향내는 한동안 나의 발걸음을 묶고 말었다. 꿈의 세계에서 떠다니던 그 환희의 기쁨이었다. 아니 무아의 세계였다. 그 향내에 나 자신을 잊고 말었다!
거대한 밤기운은 남한산성 그 산줄기를 타고 내려 나의 자그마한 아파트 숲 속 산책길을 온통 아가키사 향내로 적셔 버린다. 그 어느날 밤 느꼈던 그 무아의 황홀은 아닐지라도 담배연기로 찌든 나의 가슴 깊숙히 꿈을 심어 놓는다.
오월이 무르익으면서 나의 자그마한 세계를 덮어 버렸던 그 아카시아 향내음은 바람을 타고 날아 가버렸다. 눈과 마음을 가리웠던 꿈의 나래는 지나는 차 경적에 사라져 버렸고, 밀려오는 사람들의 얼굴들은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고 있는 나를 경멸하는 웃음 지어 보낸다.
꿈에서 깨어나야지~ 이젠 기지개를 펴야지~ 언제나 그 향내음 속에서 멈추고 있음도 언제나 그 향내음을 찾아 허공을 맴돌수도 없다! 이젠 아카시아 향내음은 바람에 날리웠다.
두 팔 쭉 뻗고 이제 기지개를 펴야지!
94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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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7시쯤부터 초저녁 잠을 늘어지게 자고선 고요한 밤을 맞이 했읍니다. 새삼스레 아련한 영혼이 별이 되어 바라볼 거라는 아름다운 이야기는 이젠 생각할 수 없을만큼 굳어진 마음이지만, 그래도 지난밤 그 영정 앞에서 환한 그 세상으로 떠나 감을 느끼던 것은 애써 의미를 부여하려 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삶은 있는 그대로 일 뿐입니다. 바삐 생활하고 부딪기고 슬퍼하고 아파하고 애태우고 기뻐하고 행복 느끼고 ..... 그냥 살아가면서 가슴에 느끼게 되는 것 그 자체일 뿐입니다. 굳이 의미를 부여할 필요도 굳이 어떠한 벽을 만들 필요도 없을 뿐입니다. 먼 훗날의 가게
될 길을 미리 걱정하고선 마음의 벽을 닫을 필요도 없을 뿐입니다.
삶의 모습은 무엇인가요? 돈이 통장에 가득함을 즐기는 것인가요? 애타게 한번쯤 한 여인의 손을 잡아 보고픔 이루고 싶음인가요? 보험 판매를 많이 하게 됨인가요? 사랑이라는 행복으로 마냥 아름다운 마음을 갖고 있음인가요? 삶의 의미 그리고 철학이라는 사색 속에 묻혀 있음인가요? 살아 있기 때문에 살고 있을 뿐입니다. 마냥 허공을 바라볼 수는 없기에 책상에 앉아 그적거리고 있을 뿐입니다.
누군가가 곁에 존재하고 있음을 한번쯤은 진하게 가슴에 남겨야겠지요? 몇해 지나 더이상 청춘을 가까이 할 수 없게 되기 전에 진솔한 만남이었던 그 사람의 영혼을 가슴에 그려 놓아야겠지요!
부모와 자식의 그 인연도 한낱 추억의 한 부분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삶의 모습 오늘 바라보고
선 한낱 추억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만남일지라도 그 만남이 지금 곁에 머물고 있을 때 소중히 가
꾸어야 할 거라는 마음 새삼 느껴집니다.
굳이 세상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함을 생각한다면 그 생각도 진실이겠지요. 진실된 마음이라면 그 진실에 충실해야 함도 삶의 진실이겠지요.
세상의 삶을 수학 풀어가듯 매듭지으며 살아가고 싶지만...
아마 그리하면 또한 삶의 의미를 느낄 수 없겠지만...
오늘 새롭게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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