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고민 아닌 고민이 있다. 벌써 한달 가까이 지났지만, 어느날인가 비둘기의 '구구'하는 소리가 창가에서 들리더니 비둘기 한 쌍이 비를 피헤서 나의 사무실 창가로 찾아 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하루 이틀 지나면서 그 울음 소리는 아침의 하루 일과를 맞는 나에게 자그마한 자연에의 기쁨이 되었다.
창가가 지저분해질 거라는 여직원의 말은 귓전으로 흘린채 더 많은 새들이 모이라 좁쌀이라도 갖
다 놓을까도 생각했다.
어느날인가 창문을 열고 눈 껌벅거리는 비둘기의 모습 바라보고는 창가 에어컨 외풍기 사이에 둥지를 트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마도 부부 비둘기인 모양이었다. 한마리는 거의 하루종일 그곳에 앉아 두리번거리는 모습이 아기를 배어서 그런가 보다. 그리고 또 한마리의 새는 나뭇가지를 물고 부지런히 왔다갔다 하곤.... 이제 얼마 안있으면 새끼 비둘기를 볼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새로운
기쁨 속에 약간의 흥분을 갖게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이 앞선다. 비싼 돈 들여서 설치한 에어컨
인데 많은 비둘기 식구들이 집을 짓고 살다보면 그 깃털과 부리 그리고 나뭇가지로 그 에어컨이 이
상이 생길 것 같아 쫓아 보내야 할지 그냥 머물게 해야 할지 고민이었다.
통이와 함께 만들었던 새집을 다른 한쪽에 놔줄까 했지만 완강하게 자기방에서 밖으로 내보내기 싫어하는 통이 녀석의 고집 때문에 그것도 못하고...
지난주 동해 바닷의 시원함 가슴에 담고 못처럼 사무실 창문을 열었을 때 건축(?) 중이던 나뭇가지들 모두가 치워진 채 그 두마리의 비둘기의 모습은 몇일 보이지 않았다. 차라리 나의 고민을 털어 버릴 수 있어 한편으로는 좋았지만, 지금까지 한번도 보지 못한 새끼 비둘기의 모습 혹 볼 수 있는 그 기회가 사라졌다는 생각에 아쉬운 마음 또한 새겨졌다.
요사이 피곤해서인지 8시 넘어서야 사무실에 도착하면 얼른 창문을 열고 그 비둘기 있던 곳을 보곤 했다.
오늘 못처럼 비온 거리를 바라보면서 그 비둘기 있던 곳으로 고개 돌리니, 언제나 처럼 그 비둘기는 지난번 나뭇가지들 보다 더 부드러운 것들에 몸을 감싼채 나의 얼굴 바라 보고 있다. 다시 찾아 온 것이다.
언제쯤 아기 비둘기를 볼 수 있을까? 예쁜 목소리의 비둘기는 아니지만 삶에의 노래 언제나 함께
할 수 있기에 그 자그마한 엄마 아빠 그리고 아기들의 모습 그냥 지켜 보련다.
에구 에어컨 고장나면 어쩌나!!!
94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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